War Room문턱 닳도록… 대기업의 비상경영

  • 입력 2009년 3월 19일 02시 53분


비용 절감-아이디어 생산 안간힘… 경영회의 늘리고 ‘창의력의 날’ 지정도

지난해 10월 글로벌 경제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 붙으면서 각 기업은 앞 다퉈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임원 연봉 삭감과 성과급 반납 등을 포함한 경비 절감 대책이 쏟아져 나왔다. 5개월여가 지난 지금 상당수 기업은 비상경영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기 위한 아이디어 짜내기에 온힘을 쏟고 있다. 2단계 ‘위기경영’에 돌입한 셈이다.

○방심은 없다

LG전자는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경영회의를 열었다. 경영회의는 본사 최고경영진과 5개 사업본부의 본부장이 참석해 모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결정하는 ‘헤드쿼터’.

LG전자의 경영회의는 이달 들어 두 번째다. 이 회사의 경영회의는 매월 한 차례씩만 열렸지만 지난달부터 월 2회로 늘었다.

LG전자 최고경영자(CEO)인 남용 부회장은 올 들어 임직원과의 간담회나 사내(社內)방송을 통해 ‘위기의식’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지난달 9일 기자간담회와 이달 14일 주주총회 등 공개석상에서 “환율 효과가 사라진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비상상황에 대한 인식을 잘 드러내 준다. 그는 16일 경영회의에서도 ‘환율 착시효과’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현재 3대 중점추진과제와 11개 세부추진과제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남 부회장은 LG트윈타워 서관 15층에 설치한 ‘비상경영본부(Crisis War Room)’를 수시로 들러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아이디어로 불황 넘는다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들은 최악의 시기를 맞고 있다.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기업들도 IT 분야의 투자를 대폭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SK C&C는 지난달 창사(1991년) 이래 첫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을 정도다.

LG CNS는 ‘창의력’을 불황 타개법으로 내놓았다. 연구개발(R&D)을 전담하는 기술연구부문 임직원들의 경우 격주 수요일을 ‘크리에이티브 데이’로 지정해 업무 외의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올 들어 이 제도를 새롭게 시행하면서 현재 14개 팀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신사업 발굴은 물론 경비 절감 대책과 관련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있다.

LS그룹 계열사인 LS전선은 우선적으로 해외법인을 챙기기로 했다.

이 회사는 손종호 사장 주재로 2월 중국과 이달 12, 13일 인도에서 ‘권역별 회의’를 열고 20개국의 60여 법인 및 지사 간 교차 판매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법인별로 이뤄지던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법인과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음으로써 위기를 극복하자는 의도다.

지난해 12월 임원 30% 감축 등을 포함한 강도 높은 노사대책을 내놓았던 하이닉스반도체는 현재까지 직원 70∼80%가 2주간의 무급휴가를 다녀왔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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