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대형마트에 울던 재래시장 “이젠 마트 울린다”

  • 입력 2009년 3월 9일 16시 48분


◆ 대형마트와 '맞짱' 뜨는 재래시장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3월 9일 동아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최근 재래시장에 가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쇼핑카트는 물론, 주차 서비스, 배달까지 대형마트 못지않은 재래시장의 변신이 눈부십니다.

(김현수 앵커) 불황으로 대형마트 매출은 줄고 있지만 싼 값에 장을 볼 수 있는 재래시장을 찾는 시민들은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팍팍한 세상살이에 시장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인심도 재래시장을 찾는 이유입니다. 산업부 정효진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정효진) 동대문, 남대문과 함께 서울 3대 재래시장으로 꼽히는 황학동 서울중앙시장입니다. 1962년 문을 연 이 곳은 처음 세워졌을 때만 해도 전국에서 모여든 미곡과 채소들을 파는 도매 시장이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밀려 서민들의 시장으로 규모가 줄어들었습니다.

더구나 작년에는 시장에서 불과 5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대형마트가 들어섰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에서 1.7km 떨어진 왕십리민자역사에도 대형마트가 생겨 시장의 존립자체가 위협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곳 상인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40년 넘게 함께한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상인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 중소기업청 시장경영지원센터 상인대학에서 친절 교육과 상품 진열 방법, 판매 노하우를 익혔습니다. 일부 상인은 아예 며칠동안 가게 문까지 닫고 일본의 선진 재래시장을 찾아 벤치마킹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유필순 / 서울중앙시장 과일상인

"너무 질서가 완벽해, 그 나라는… (일본은요?) 네 일본은. 그래가지고, 질서가 완벽하고, 노점 상인들이 없고, 오토바이 없고…"

(정) 봄을 알리는 비속에서도 시장 안은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로 붐빕니다. 시장 천장에 비 가리개가 덮여 있어 장을 보는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시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구수한 입담으로 시장을 홍보하는 안내방송도 눈길을 끕니다.

대형마트에서 볼 수 있는 쇼핑카트도 시장 입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손님이 원하면 장 본 물건을 집까지 배달해주기도 합니다. 원산지와 단위 당 판매 가격도 적어 놓아 소비자들이 믿고 장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곳에서 파는 과일, 채소는 인근 대형마트보다 20~30% 쌉니다. 대형마트에서 5000원이 넘는 딸기 한 상자는 이 곳에서 4000원이면 살 수 있습니다.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시장 상인들의 노력으로 이 곳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은 더욱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복희 / 서울중앙시장 떡 상인

"마트에서는 딱 살만큼 사도 딱 돈 주고 사야 되는데 재래시장은 많이 사가지고 조금 필요하면 얻어갈 수도 있잖아요."

이 밤 가게는 밤을 사면 즉석에서 밤 껍질을 깎아줍니다. 시장 할머니가 한 움큼 말아주는 멸치 국수는 대형마트 식당가에서는 맛 볼 수 없는 별미입니다. 이처럼 팍팍한 세상살이도 피해간 재래시장의 따뜻한 인심은 대형마트로 향하던 시민들의 발길을 돌려놓았습니다.

서울중앙시장은 앞으로 인근에 주차 공간을 마련해 호텔에서 볼 수 있는 발렛 주차 서비스도 실시할 계획입니다. 공중화장실 설치도 추진 중입니다.

인터뷰) 류명수/서울중앙시장운영회 관리부장

"지금 잘해보려고 저희들이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고객을 많이 유치할 수 있을까, 그래서 대형마트를 능가하 수 있는 시장으로 발돋음하기 위해서…"

길 하나 차이로 마주선 유통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 그 결과가 주목됩니다.

동아일보 정효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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