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환자 10만명 유치땐 9000억 경제효과”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5일 한국의 6개 병원이 도쿄에서 일본의 50여 개 여행사 상품기획자를 대상으로 개최한 의료관광 설명회. 6일에는 오사카에서 설명회가 열린다. 도쿄=김상훈  기자
5일 한국의 6개 병원이 도쿄에서 일본의 50여 개 여행사 상품기획자를 대상으로 개최한 의료관광 설명회. 6일에는 오사카에서 설명회가 열린다. 도쿄=김상훈 기자
日의료관광 설명회 동행취재

마이크 잡은 한국 의사들 “전투나선 심정”

미용-성형-한방 등 한국의료 강점 홍보

일본인 상품기획자 후유증 대책등 질의

설명회가 아니었다. 치열한 전투였다.

5일 오후 4시 반 일본 도쿄 그랜드하이엇 호텔 2층 드로잉룸. 150여 명의 청중을 상대로 국내 6개 병원의 의료관광 설명회가 시작됐다.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한 병원 관계자가 속삭였다. “이건 전쟁이야. 환자 유치 전쟁.”

의료관광산업은 1월 청와대가 발표한 신성장동력산업 중 하나다. 10만 명의 해외 환자를 유치하면 6000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돈으로 계산하면 9000억 원 이상의 파급효과가 있다. 그래서 정부는 해외 환자의 유치를 가로막는 의료법 조항도 고쳤다.

이날 행사는 이런 범정부 차원의 의료관광 육성 정책에 맞춰 병원연합 기구인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와 한국관광공사가 기획해 이뤄진 것. 대대적인 일본 설명회는 올 들어 처음이다.

일본 50여 개 여행사의 상품기획자가 설명회에 참석했다. 일본 여행사도 있었고 한국 여행사의 일본 지사도 있었다. 일본인의 정서를 가장 잘 아는 여행사를 움직여 의료관광 패키지를 만들도록 하기 위한 설명회인 셈이다.

6개 병원에 주어진 시간은 각각 7분. 병원들은 저마다 미용, 성형, 한방, 건강검진과 같은 강점을 집중 홍보했다.

“한국에서는 의사가 직접 메디컬 스킨케어(피부미용)와 진료를 합니다. 관광하며 갈비도 먹을 수 있죠. 우리 병원에 온 일본 환자의 56%는 또 옵니다.(이상준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대표원장)”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은 양·한방 협진 건강검진과 스파 프로그램을 결합한 한방 검진 서비스를 소개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이 병원 여직원에게 일본인들의 시선이 쏠렸다.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이자 4대째 한국에서 살고 있는 푸른 눈의 인요한 교수는 “의학에도 한류가 찾아올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예송이비인후과, 우리들병원, 인하대병원도 전문영역인 목소리와 척추, 검진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 일본 여행사의 상품기획자들은 사고가 났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지를 물었다. 정부가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대목이다.

설명회는 예정 시간을 40분 정도 초과한 오후 7시가 조금 넘어 끝났다. 일본인 상품기획자와 몇몇 병원 관계자들이 협상을 벌였지만 계약이 체결되지는 않았다. 한 발표자는 “상품기획자 몇 명이 우리 병원을 방문하겠다고 했다. 협상은 이제부터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발표자는 “하나 이상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전투에서 패배한다는 심정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둔 병원도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계약이 최종 확정되기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한 약속 때문에 말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구체적인 수준까지 대화가 진행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 행사를 기획한 정진수 관광공사 전략상품팀장은 “일본은 한국에 관광객을 가장 많이 보내는 나라”라며 “첫 술에 배부르기보다는 일본 에이전트(여행사 상품기획자)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데 이번 행사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의료관광 유치단은 6일에도 오사카에서 설명회를 가진다. 도쿄 행사가 끝났지만 전투는 계속되고 있다.

도쿄=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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