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감봉 없다 아이디어만 다오”

  • 입력 2009년 3월 3일 02시 57분


■ ‘불황극복’ LG의 新발상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부문은 2일∼4월 10일 모든 LG 계열사의 연구개발(R&D) 연구원 및 기획부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LG R&D 이노베이션 아이디어 공모전’을 연다.

주제는 ‘기술 혁신을 통해 고객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이다. 대상 1명에게 500만 원, 금상 1명에게 300만 원 등 총 2000여만 원의 상금도 준다.

LG 측은 “사내(社內) 아이디어 공모전에 거액의 포상금까지 내건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법인의 현지 채용 직원까지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그룹이 세계적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임직원의 혁신 아이디어 모으기’를 선택한 것이다.

○ 마음은 편하되 머리는 고달프게

지난해 말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경제가) 어렵다고 사람 내보내면 안 된다”는 내부 지침이 동아일보의 단독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뒤 LG는 재계의 큰 관심을 받아왔다.

다른 주요 그룹의 관계자들은 “LG가 어떻게 인위적 감원(減員)이나 임금 삭감 없이 이번 위기를 이겨나갈지 궁금하다”고 말해왔다. 만만치 않은 도전이 될 것이란 의미였다.

LG그룹은 최근 전 계열사에 ‘신사업 및 신제품,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하기 위한 다양하고 혁신적인 지혜 모으기에 나설 것’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최소화하는 대신 창의적 혁신 아이디어의 발굴은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LG 관계자들은 “마음이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지만 요즘 머리는 (아이디어 찾기로) 고달프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올해 초 구본무 회장이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전략회의’에서 “구성원 모두가 창의성을 마음껏 발현하고 스스로 일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게 되는 것이 LG가 추구하는 인간 존중의 참모습”이라고 강조하면서 본격화했다고 LG 측은 설명했다.

○ 사내 인트라넷을 아이디어 수집 창구로 활용

LG생명과학은 최근 사내 인트라넷에 임직원들의 아이디어 제안 코너인 ‘와우팩토리’를 신설했다. 이 회사의 김인철 사장은 이 코너에 수시로 방문해 좋은 아이디어에는 직접 댓글을 달아 격려하고 관련 질문에 답변까지 올리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LG생명과학 측은 “아이디어를 많이 제안하는 직원을 ‘와우신도(信徒)’라고 부르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LG화학의 ‘아이디어 쇼핑몰’, LG데이콤의 ‘아이디어 2.0’도 인트라넷에서 운영되는 아이디어 수집 창구다.

특히 ‘아이디어 쇼핑몰’은 신제품, 신사업, 솔루션 창출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올리면 회사의 관련 전문가들이 직접 ‘온라인 평가’를 벌여 1만∼30만 원의 상금을 즉시 포상한다.

LG텔레콤은 젊은 인재들의 자유로운 창의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과장급 이하 직원으로 구성된 아이디어 개발 동아리 활동을 적극 후원하고 있다. 이 동아리들은 약 3개월간 다양한 시도를 해본 뒤 그 성과물을 ‘아이디어 올림피아드’대회에 제출하게 된다.

이 밖에도 LG그룹은 불황기에는 ‘잘 파는 것(판매)’ 못지않게 ‘잘 사는 것(구매)’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올해 상반기(1∼6월) 대대적인 구매 혁신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혁신을 통한 불황 극복에 최선을 다하자. 분명 어려운 길이지만 그래야 인적 구조조정이나 임금 삭감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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