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경제탐정]우유업계 빅3가 납품 이마트 우유 비밀은?

  • 입력 2009년 2월 9일 03시 14분


포장만 달라 vs 품질이 달라

■ 이마트

제품에 낀 거품없애…같은 품질 싸게 공급

■ 납품업체

생산라인 별도 관리…본사제품이 더 고급

평소 대형마트 중 이마트에서 자주 장을 보는 김모 기자.

불황 탓인지 언젠가부터 제품 가격이 주요한 구매결정 요인으로 작용했다. 싼 제품을 고르다 보면 어느새 쇼핑 카트는 이마트 자체 브랜드(PL· Private label) 상품으로 가득 채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이마트 임원으로부터 이런 말을 듣게 됐다.

“이마트 일반 우유의 제조회사는 매일유업이에요. 매일우유를 만드는 공장의 일부 라인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매일우유와 포장만 다를 뿐 우유 성분은 같죠.”

과연 그럴까. 궁금증이 일어난 김 기자는 이날부터 이마트 우유에 대한 탐문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유통업체와 제조회사 간의 갈등도 확인할 수 있었다.



○ 이마트 우유의 실제 제조회사는 어디?

이마트 PL 우유는 종류가 다양했다.

‘이마트 우유’, ‘이마트 저지방 우유’, ‘이마트 뼈에 쏙쏙 고칼슘 우유’, ‘이마트 우유 2.3L’….

이 가운데 이마트 일반 우유와 저지방 우유는 매일유업, 고칼슘 우유는 서울우유, 대용량 우유는 남양유업이 제조회사다.

우유 팩 전면에 ‘이마트’가 크게 표기돼 있는 데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제품 뒷면에 깨알 같은 글씨로 적힌 제조회사를 주의 깊게 보지 않을 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내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의 우유는 실제로 우유업계의 ‘빅3’ 회사들이 생산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홈플러스 우유’는 연세우유, ‘롯데마트 우유’는 롯데우유와 부산우유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회사들이 만들고 있다.

이마트 우유는 가격도 싸다. 매일유업의 ‘매일우유 ESL(1000mL)’ 판매가가 2170원인 데 비해 이 회사가 생산하는 같은 용량의 ‘이마트 우유’는 1550원이었다.

문병문 이마트 우유 담당 바이어는 “우유 회사들이 비싼 연예인을 프로모션에 활용해 제품 가격에 거품을 만드는 것과 달리 이마트는 그런 비용을 없애 제품 값을 낮춘다”고 말했다.

○ 다른 얘기를 하는 우유 제조업체

이마트 우유를 생산하는 매일유업 측은 ‘매일우유 ESL’과 ‘이마트 우유’의 품질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매일우유 ESL은 공장 내 ‘ESL 라인’에서 생산하는 국내 최고의 ‘1A등급’(mL당 세균 수 3만 마리 미만)이지만 이마트 우유는 일반 라인에서 만드는 ‘1등급’(10만 마리 미만)이라는 것.

빙그레는 자체 브랜드 ‘바나나맛 우유’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이마트에 납품하는 ‘이마트 바나나맛 우유’의 품질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한다. 빙그레 제품의 원유 함량 비중이 86%인 데 비해 이마트 제품은 80%로 원유 대신 물을 많이 섞는다는 것.

김기현 빙그레 홍보실장은 “유통회사가 시장점유율 1위 회사에 PL 제품을 만들라고 요구하는 건 ‘제 살 깎아 먹으며 죽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며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보다 ‘맛이 없는’ 이마트 바나나맛 우유를 소비자들이 완전히 별개의 제품으로 인식하도록 용기와 용량을 다르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빙그레의 이런 대응에 대해 식품업계는 빙그레가 지난해 9월 이마트와 PL 제품 생산을 놓고 마찰을 빚었다는 소문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빙그레가 이마트의 PL 제안을 거절했다가 한동안 ‘보복성 조치’로 일부 제품을 이마트에 납품하지 못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 유통회사와 제조회사의 동상이몽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앞으로 5년 내에 PL 제품의 비중을 전체 상품의 5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며 “아직 국내 제조회사보다 턱없이 부족한 유통회사의 힘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이미 거대 유통회사의 힘에 눌린다는 제조회사들의 ‘항변’과는 상반되는 말이다.

반면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는 ‘2010 노무라 보고서’에서 “혁신이 정체된 제조회사 제품은 유통회사 자체 브랜드화에 위협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은 “어떤 형태로든 소비자들이 눈속임을 당하거나 피해를 보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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