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클리닉]재무제표 정리후 ‘기술혁신형’으로 가야

  • 입력 2009년 2월 6일 02시 58분


비엔에프의 한 직원이 자사가 생산한 기계용 세정제를 시연하고 있다. 비엔에프는 기계를 뜯어내지 않고도 안에 생긴 먼지 등을 제거할 수 있는 세정제를 개발해 원자력발전소 등에 시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사진 제공 비엔에프
비엔에프의 한 직원이 자사가 생산한 기계용 세정제를 시연하고 있다. 비엔에프는 기계를 뜯어내지 않고도 안에 생긴 먼지 등을 제거할 수 있는 세정제를 개발해 원자력발전소 등에 시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사진 제공 비엔에프
■기계류 세정제 개발 비엔에프

종업원 4명 매출 8500만원… 은행대출 ‘그림의 떡’인데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의 서용덕 자문위원은 2007년 11월 경기 수원시의 기계류 세정제 생산기업인 비엔에프를 방문했다.

비엔에프의 첫인상은 종업원 4명, 매출액 8500만 원의 ‘전형적인’ 중소기업이었다. 비엔에프는 기계를 분해하지 않고 오염물질을 씻어내는 세정제를 개발해 기술력은 인정받았지만 매출 대부분이 정식 제품이 아닌 발전소에 납품하는 시제품에서 나왔다.

“훌륭한 기술을 가지고도 자금과 영업력이 없어 성장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기업 매출로 대출해 주는 현 금융 시스템에선 도저히 자금을 융통할 방법이 없더군요. 기술 혁신형 기업으로 인정받아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 위원은 기술보증기금 임원을 지내 기술형 중소기업 지원 제도인 ‘이노비즈(Inno-biz)’ 기업 선정 과정을 잘 알고 있었다. 서 위원은 이노비즈 기업 선정과 최고경영자(CEO)의 ‘재무 마인드’ 제고 등 두 가지를 비엔에프의 혁신 목표로 잡았다.

○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은 ‘이노비즈 기업’으로

조언을 들은 비엔에프는 이노비즈 기업 선정을 1차 목표로 정했다.

비엔에프는 규모가 작아 은행 대출이 힘들고 금리도 높았다. 중소기업청에서 기술을 보증하는 기업이 되어야 금융권 대출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회사의 재무제표부터 정리했다. 회사 회계에서 연구개발(R&D) 집행 비용과 기술개발 비용을 구분하고, 기술개발을 위해 사용한 자금을 집계하기 시작했다.

서 위원은 “이노비즈 중소기업이 되기 위해선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높아야 한다”며 “비엔에프의 경우 기술 투자를 많이 하고 있었지만 회계상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선정에 불리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재무제표를 정리한 후 혁신기업 신청에 나섰다. 필요한 서류 준비와 신청 과정까지 협력한 결과 비엔에프는 이노비즈 기업의 전 단계인 ‘잠재 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선정됐다. 지금은 기술보증기금에서 중소기업 특허로 자금 지원을 해주는 ‘사업화 자금지원’ 대출도 신청한 상태다.

○ 재무마인드 제고는 중소기업의 ‘공통’ 문제

이동호 비엔에프 대표의 재무마인드 제고도 이번 자문의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였다.

이 대표는 대기업에서 오래 근무한 엔지니어 출신이지만 본인 스스로도 “재무나 회계 쪽은 잘 모른다”고 말할 정도로 관련 분야에 서툴렀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 재무와 관련된 전문가 강의도 듣고 대기업 재무담당자들의 조언도 들었지만 중소기업에는 큰 도움이 안 됐다”고 말했다.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측은 이 부분을 중소기업 지원의 ‘장기 과제’로 보고 있다. 센터에서 조언한 중소기업은 대부분 재무나 회계 지식 부족이라는 공통적인 문제를 가졌다는 것.

센터 관계자는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이 자금 부족으로 어려워지는 것을 많이 봤다”며 “CEO의 재무마인드 함양은 한국 중소기업이 공통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이 대표에게 종합적으로 재무제표를 읽는 시각과 이를 경영에 활용하는 방법을 현장에서 교육했다. 당장 나타나는 회사의 매출과 순이익 등으로 재무구조를 설명해 이해를 높였다.

이 대표는 “자문위원이 제3자의 관점에서, 해당 기업에 필요한 경영지표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도움이 됐다”며 “경영선택의 기로에서 교육받은 재무제표 활용법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남은 과제는 영업력

중소기업협력센터는 이제 비엔에프가 영업력을 강화해 매출을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본다.

서 위원은 “아무리 자문위원이 나서더라도 매출과 이익을 늘리는 것은 결국 CEO의 몫”이라며 “부족한 영업 직원을 늘리고 기업 상대 영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비엔에프가 시행하는 대외 광고를 확충하고 손수제작물(UCC) 홍보를 늘려 일반 소비자에게도 ‘기계류 세정제’를 판매하는 경로를 확보하는 방법도 제시됐다.

중소기업협력센터는 분해하지 않고 기계의 먼지를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컴퓨터와 TV 등 일반 가전제품에도 충분히 쓰일 수 있어 관련 시장에 진출하는 게 장기적으로 회사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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