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TA 초당적 전략 마련… 여름께 한국과 협의 시작할것”

  • 입력 2009년 1월 16일 02시 58분


제이 아이젠스탯 전 미 무역대표부(USTR) 국장은 최근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아직 끝나지 않은 비즈니스”라며 “오바마 정부의 태도가 조지 W 부시 행정부보다 더욱 강경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진 제공 밀러 셰발리어 법률회사
제이 아이젠스탯 전 미 무역대표부(USTR) 국장은 최근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아직 끝나지 않은 비즈니스”라며 “오바마 정부의 태도가 조지 W 부시 행정부보다 더욱 강경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진 제공 밀러 셰발리어 법률회사
■부시 행정부때 USTR 국장·오바마 행정부 인수위 고문아이젠스탯 인터뷰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와 찰스 랭걸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 위원장이 연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 또는 추가 협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한국 내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미 합의한 내용을 뒤집지는 않을 것”이라며 의미를 평가 절하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워싱턴 소식통들이 전하는 현지 분위기는 이 같은 낙관론과는 뚜렷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본보는 지난해까지 한미 FTA 등 미국과의 8개국 FTA 협상을 이끌었던 제이 아이젠스탯 전 미 무역대표부(USTR) 국장과 최근 전화로 단독 인터뷰를 하고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통상정책과 한미 FTA의 앞날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상무부-무역대표부 부시 행정부보다 강경

‘자동차-비관세장벽 불공정’ 인식 특히 많아

오바마, 노동-환경문제도 함께 제기 가능성”

아이젠스탯 전 국장은 “한미 FTA는 아직 끝나지 않은 비즈니스”라며 “이르면 올여름부터 한미 간 FTA 관련 협의(consultation)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 백악관과 의회가 이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세부 내용을 조율해 초당적 대응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젠스탯 전 국장은 또한 통상정책을 담당하는 실무부처인 상무부와 USTR가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보다 강경(aggressive)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젠스탯 전 국장은 오바마 정권의 인수위 통상정책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오바마 행정부의 통상정책팀에 참여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 안에 한미 FTA 비준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현재 파나마 및 콜롬비아와의 FTA는 이르면 올 하반기(7∼12월)에 미 의회에서 비준 타결이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자동차 문제 등이 걸려 있는 한미 FTA는 올해 비준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한미 FTA 재협상을 의미하는 것인가.

“재협상이 될지, 현재의 합의 틀 안에서 조정할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추가적 과정(additional process)’이 필요하다는 것이 차기 행정부의 방침이 될 것이다.”

―한국 국회가 FTA를 선(先)비준하면 미국의 비준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 한국 측이 오히려 이 문제를 부각할 경우 정치적 낭패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젠스탯 전 국장은 한미 FTA 관련 쟁점으로 미국산 쇠고기, 자동차 그리고 비관세 문제를 꼽았다.

―미국 측은 세 가지 쟁점 모두에 불만인가.

“현 시점에서 쇠고기 문제는 원만한 선에서 해결됐다는 것이 워싱턴의 분위기다. 그러나 한미 FTA의 중심축인 자동차와 각종 비관세 장벽에는 또 다른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미 의회의 방침이다.”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한국의 자동차 수입 규제 정책이 다른 나라의 자동차에 비해 미국산 자동차를 상대적으로 더 차별해 왔다. 이번 한미 FTA 자동차 부문 합의가 불공정(unbalanced)하다는 정서가 워싱턴 안에 팽배하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이 자국 자동차산업 내부의 경쟁력 문제를 대외 무역통상에 결부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미국 자동차산업은) 자체적, 산업 구조적, 기타 시스템상의 문제 등을 안고 있다. 이에 따른 재조정기도 거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미국 자동차 차별에 대한 지적은 비단 최근 일이 아닌 것으로 안다.”

그는 엔진 크기에 따라 부과하는 자동차세 등을 미국에 차별적인 구체적 사례로 언급했다.

아이젠스탯 전 국장이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내 일각에서는 한국산 자동차가 연간 70만 대 이상 미국에서 팔리는데 미국산은 한국에서 5000대밖에 팔리지 않으므로 ‘수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까지 나온다.

―부시 행정부와 비교했을 때 차기 오바마 행정부 통상정책의 특징은 무엇인가?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이 보호무역주의자로 비치길 원치 않을 것이다. 국제무역기구(WTO) 및 도하개발어젠다(DDA)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가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WTO 틀 안에서의) 미국 내 업계의 요구와 목소리를 반영한 규제 집행 및 관련 소송에 중점을 둘 것이다. 한국 및 콜롬비아와의 FTA에서도 노동과 환경 규정 조항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 있다.”

아이젠스탯 전 국장은 “오바마 차기 행정부는 결과만큼 과정에도 중점을 둘 것”이라면서 “자유무역의 성과물(당근)보다 해외 업체와 경쟁하는 미국 업계들의 동등한 위치(equal footing) 확보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 정치권 한미FTA 대응 전략은

與 “원칙적으로 재협상 불가… 한국서 先비준”

野 “오바마 정부 정확한 입장 확인후 처리하자”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내정자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및 추가 협상의 필요성을 언급하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야는 15일 재협상과 한미 FTA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에 엇갈린 반응을 내놓는 등 2월 임시국회에서 이 문제를 놓고 다시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원칙적으로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국의 선(先)비준이 미국의 재협상 요구를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2월 임시국회에서 비준안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미국이 자신들의 이익을 반영해 재협상을 요구할 때까지 비준안 처리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면서 “미국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한미 FTA 이행 법안에 반영하면 된다”고 밝혔다.

야당은 상황 변화를 지켜본 뒤 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국익을 견지해 시기를 조절하는 것이 옳다”면서 “미국 정부의 정확한 방침을 확인한 뒤 한미 양국에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류근찬 정책위의장은 논평에서 “미국 신행정부의 방침을 무시한 채 재협상 불가를 선언하고 선비준하는 것은 한미 간 마찰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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