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구노력 → 20조 펀드로 보강 → 기업 구조조정 지원

  • 입력 2008년 12월 19일 03시 07분


■ 금융 지원

BIS비율 평균 2.6%P 올라 목표치 넘을듯

주택대출 부실화하면 채권 10조 사주기로

대출 만기연장때 집값하락분 1억까지 보증

한은, 기업어음 매입할지 여부도 내달 결론

금융당국이 20조 원 규모의 ‘은행권 자본확충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것은 시중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줘 본격적인 기업 구조조정에 나설 체력을 보강해 주기 위해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은행 자본확충 방안 3단계(은행의 자구 노력, 자본확충 펀드, 공적자금 투입) 가운데 2단계로 들어선 것. 정부는 은행의 자구 노력으로는 자본 확충이 불충분하지만 공적자금을 직접 투입할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중간 단계인 자본확충 펀드를 택했다.

20조 원의 자금 중 한국은행이 10조 원, 산업은행이 2조 원을 투여하고 8조 원은 기관 및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모집할 계획이다.

○ 펀드 통해 은행 건전성 대폭 확충

9월 말 현재 국내 은행들의 기본자본(Tier1) 비율 평균은 8.33%, BIS 기준 비율 평균도 10.86%다. 게다가 4분기에는 환율 급등, 주가 폭락, 부실자산 증가 등으로 BIS 기준 비율 하락 요인이 크게 늘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내년 1월 말까지 기본자본 비율은 9%, BIS 기준 비율은 12%까지 높이라고 주문해 놓았다. 은행들이 이 기준을 맞추는 데 필요한 금액은 총 11조 원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은 내년 1월 말까지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은행 가운데 지원을 요청한 은행에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스스로 기준을 못 맞추는 은행은 결국 자본확충 펀드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20조 원이 자본 확충에 투입된다면 국내 은행의 BIS 기준 비율이 평균 2.6%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현재 자기자본의 15%까지만 발행이 허용되는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 한도를 30%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관련 규정을 개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는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우려되면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7조 원, 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3조 원의 주택담보대출 부실채권을 사줘 BIS 기준 비율을 높여줄 계획이다.

○ 금융 비상사태로의 ‘루비콘 강’ 건너

한국은행이 자본확충 펀드에 10조 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은 금융비상사태의 ‘루비콘 강’을 건넌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은은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금융비상 사태에 적용되는 한은법 80조를 근거로 은행권 자본확충 펀드의 지원 조건과 방법을 결정할 예정이다. 금통위가 금융비상 사태로 판단하게 되면 한은의 기업어음(CP) 매입도 가능하다.

자본확충 펀드 20조 원의 재원 중 기관투자가 및 일반 투자자로부터 8조 원을 어떻게 끌어오느냐는 앞으로의 과제다. 류승선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반 투자자보다는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물량을 주로 소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18개 은행장들은 은행연합회관에서 긴급 간담회를 갖고 은행 자본확충 방안을 논의했다. 은행장들은 자본확충 펀드를 환영하면서도 자칫 이 방안이 은행 경영의 악화로 비칠까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 서민 금융 지원도 확대

한편 정부는 17일 5조 원 규모로 본격 출범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통한 제2금융권과 기업 지원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 시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최고 1억 원까지 차액을 보증해 주기로 했다. 또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가 연체한 대학생들에게도 졸업 후 1년간은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 등록을 유예해 준다. 신용회복기금의 지원으로 금리가 낮은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폭도 넓혀 주며 금융회사에서 총 2500명의 청년 인턴 직원을 채용하기로 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 국제결제은행(BIS) :

은행의 위험자산(부실채권) 대비 자기자본비율. 납입자본금, 이익잉여금, 신종자기자본증권 등 안정성이 높은 기본자본(Tier 1)과 후순위채권 등 보완자본(Tier 2)의 비율을 합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본자본 비율이 8%, BIS 비율이 10%를 넘어야 우량은행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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