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발행 5만원권, 현금인출기엔 애물단지?

  • 입력 2008년 11월 15일 02시 58분


은행들 비용 많아 개조 꺼려

내년 상반기에 5만 원권이 나와도 현금자동입출금기(ATM)나 현금지급기(CD)에서는 사용하기가 수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은 최근 5만 원권을 인식할 수 있도록 현행 자동화기기를 개조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그대로 두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신한 우리 하나은행은 5만 원권을 사용할 수 있는 ATM을 지점당 1개씩만 설치하기로 했다.

은행들이 자동화기기 부품 교체에 소극적인 것은 △신권 발행으로 지난해 이미 기기를 대거 교체한 데다 △10만 원권 발행이 연기됐고 △엔화 강세로 일본에서 들여오는 부품의 가격이 크게 올랐으며 △보안상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구자원 채널기획부장은 “10만 원권이 나오면 자동화기기 부품을 다시 교체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유통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5만 원권을 위해 자동화기기 부품을 교체하지는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품 교체비용은 대당 660만 원 정도로 1222개 지점이 있는 국민은행의 경우 지점당 1개씩만 감별부품을 교체하더라도 전체 비용은 80억 원이 넘는다. 금융위기로 악화된 경영상황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금액.

또 은행들은 지점 외부에 설치된 자동화기기에는 5만 원권 사용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야에서 벗어난 자동화기기에 고액권을 넣어두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편의점이나 지하철역에 설치된 CD에서도 5만 원권은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자동화기기 제조업체인 노틸러스효성의 황인성 부장은 “CD는 ATM과 달리 별도의 감별부품이 없어 5만 원권을 사용하려면 기기를 전면 개조해야 한다”며 “고객도 급하게 소액을 출금하는 경우가 많아 업계에서 필요를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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