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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3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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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쩍않던 수출업체들 “달러 팔자” 주문 쏟아내
외환딜러 “환율 급등만 보다 급락 보니 얼떨떨”
“실물경제 침체 끝나야 근본적 해결” 신중론도
《달러당 원화 환율이 177원 급락한 30일 서울 외환시장.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스와프 계약 소식이 알려지자 장 초반부터 달러 팔자 주문이 쏟아져 나왔다. 금융당국이 달러를 내놓으라고 아무리 재촉해도 꿈쩍 않던 수출업체들은 1300원, 1280원이 무너질 때마다 스스로 달러를 팔기 시작했다. 》
“통화스와프 발표 후 외국계 투자은행(IB)에서 수천만 달러를 쏘겠다(빌려주겠다)는 오퍼(제안)가 나왔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이날 시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하루짜리 차입이 아니라 수개월 이상의 ‘제대로 된 달러 차입 계약’이 나왔다는 것.
외환은행 김두현 차장은 “급등만 보다가 급락 장세를 보니 얼떨떨하다”며 “전날 38억 달러에서 이날 50억 달러로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7.0원 급락한 12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하루 기준으로 1997년 12월 26일(―338원) 이후 가장 많이 환율이 떨어졌다.
○ 300억 달러 ‘마이너스 통장’ 확보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으로 한은은 필요할 때 원화를 맡기고 300억 달러까지 FRB로부터 빌려 쓸 수 있게 됐다. 한은 관계자는 “비유하자면 거래 상대방이 ‘달러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줄 만큼의 신용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미 FRB가 통화스와프 상대로 인정한 중앙은행은 유럽 스위스 영국 일본 등 10개 선진국 중앙은행과 이번에 추가된 한국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 등 모두 14개국.
이번 계약으로 보유외환이 바닥나 외환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불안감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9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397억 달러인데 정부가 외화자금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면서 일정 기간 감소가 불가피하다.
○ 외화유동성 훈풍 솔솔
은행권은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정부와 한은이 정부가 공개입찰 방식 등으로 450억 달러를 공급하기로 한 데다 국회가 이날 본회의를 열고 정부가 낸 1000억 달러의 은행 외화채무의 국가 지급보증에 대한 동의안을 의결했다.
전종우 SC제일은행 상무는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은 한국 정부의 지급보증을 미 FRB가 재보증하는 효과가 있다”며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에 이어 10월 경상수지 흑자 전환, 한중일 간 통화스와프 거래 등의 호재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중순 미국 IB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정부의 지급보증 없이 4500만 달러의 외화채권을 최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고 이날 밝혔다. 사모 형태로 발행한 이번 외화채권의 발행 금리는 리보+3.50%포인트로 만기는 2년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중장기 외화 차입은 30일 발표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전에 계약한 것으로 향후 시중은행들의 외화 조달 사정은 이전보다 상당히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앞으로 남은 변수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아직 맘을 놓기는 이르다. 미국 경기 하강 등 세계 실물경제 침체가 어떤 강도로 얼마나 갈지도 핵심 변수다. 실물경제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 다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자는 “통화스와프가 대형 호재이긴 하지만 연말까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