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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3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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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입금 최소 5000억… 채권단, 추가 대출 꺼려
최근 자금난에 시달려 온 C&그룹이 일부 상장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경영난으로 전이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C&그룹은 29일 C&상선, C&중공업, C&우방, C&우방랜드, 진도에프앤의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워크아웃)에 대해 검토한 바 있지만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잇따른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불려온 C&그룹이 경기 침체와 운영자금 부족에 시달려온 데다 금융기관의 신규 대출도 사실상 막히면서 경영난에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C&그룹은 금융권의 추가 지원을 받아 자체적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채권 은행들은 그룹 측이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그룹에 대한 추가 자금 공급이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약 일주일 전 각 채권은행 담당자들이 모여 이 문제를 처음 논의했다”며 “조만간 C&그룹이 결정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워크아웃이 가장 현명한 수순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채권은행 관계자도 “C&그룹이 자금난에 대한 자구계획을 이행하는 데 실패했으며 신규 여신도 한동안 중단한 상태”라고 전했다.
C&그룹 김철호 이사는 “계열사 매각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해 보려 했지만 매각 작업이 잘 안돼 워크아웃 신청을 검토하게 됐다”며 “주거래 은행인 우리은행과 협의를 하고 있지만 결정된 것은 없으며 금융권에서 1000억 원 정도만 지원을 해주면 유동성 위기를 충분히 넘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C&그룹 전체의 금융기관 차입금 규모는 최소 5000여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우리은행이 2274억 원으로 가장 많고 △농협 1586억 원 △외환은행 441억 원 △신한은행 439억 원 △대구은행 211억 원 등이다.
C&그룹의 주가 하락을 시작으로 그동안 금융시장에 잠복해 있던 리스크, 즉 건설이나 조선 등 경기가 좋지 않거나 대규모 투자자금이 필요해 금융위기에 취약한 업종의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경영난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수면 위로 올라올 소지가 커졌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