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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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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D램 업계가 ‘3차 재편’을 거치고 있다. 한때 20여 개에 이르던 글로벌 D램 제조업체들은 1996∼1998년 ‘1차 불황’과 2001∼2003년 ‘2차 불황’을 거치면서 8개 회사로 줄었다. 2006년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3차 불황’은 20년 남짓한 반도체 역사상 가장 혹독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 2차 불황을 견뎌낸 8개 업체는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감산(減産) 등 자구노력을 하면서 혹한에 맞서고 있다. 》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 세계 D램 업체들은 얼음판 위에서 난폭하게 몸싸움을 하는 아이스하키 선수와 같은 상황”이라며 “내년 2분기(4∼6월)까지 이런 상황은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불황업계 합종연횡 ‘3차재편’중
최근 발표된 D램 업체들의 3분기(7∼9월) 실적은 처참하다. 1위인 삼성전자만 흑자일 뿐 모든 업체가 지난 분기보다 더욱 큰 손실을 기록했다. 대부분 수천억 원대의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상황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8월 현재 D램 가격은 전년 대비 48% 하락했다.
28일 반도체 전자상거래 사이트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27일 종가 기준으로 주요 상품인 1GB(기가바이트) D램의 가격은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1달러 아래로 추락했다. 한두 업체는 만들수록 현금이 없어지는 극한상태에 처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라며 “업체들이 펼쳐 온 출혈경쟁인 ‘치킨게임’도 이제 끝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불황 속에 업계는 끊임없이 재편돼 왔다. 최근 시장점유율 9% 안팎인 독일 키몬다는 대만 이노테라의 지분을 미국 마이크론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키몬다가 핵심 생산라인인 이노테라를 포기하면서 앞으로 범용 D램 사업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올해 3월 대만 난야와 제휴를 발표했고 일본 엘피다와 대만 파워칩은 2006년 11월 동맹체제를 구축했다. 이에 앞서 2003년 12월 하이닉스와 대만 프로모스가 협력관계를 맺었다. 이번 불황을 통해 삼성전자를 뺀 나머지 D램 업체들의 연합이 더욱 공고해졌다.
○ 한국 기업에는 기회 될 수도
아이서플라이 자료에 따르면 3분기 D램 시장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할 때 △삼성전자 30.4% △하이닉스와 프로모스 21.9% △엘피다와 파워칩 19.7% △마이크론과 난야 15.2% △키몬다 9.6% △기타 3.2%로 구성된다.
하지만 불황이 끝나면 시장 구조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2009년 출하량 기준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30%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액 기준으론 33%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2위인 하이닉스도 다른 업체에 비해서는 사정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재의 D램 가격을 오랫동안 견딜 수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소수에 불과하다”면서 “앞으로 업체 한두 곳이 도태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불황이 끝나면 D램 업계는 삼성전자가 독보적인 1강(强) 체제는 아니지만 지금보다 입지가 커지고 이를 상대로 3개의 연합세력이 대항하는 구도로 바뀔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