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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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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가 금융시장 안정 주도적 역할해야”
새 금융기구 설립 등 구체적 해법엔 실패
24일부터 이틀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제7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국제통화와 금융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혁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25일 폐막했다.
비록 위기는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아시아와 유럽도 적잖은 타격을 본 데 대한 원망 섞인 목소리다.
하지만 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나 방안은 도출되지 않아 ASEM의 성명이 ‘말잔치에 불과한 선언적 성명’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틀 만에 3가지 문건 합의 성명=이번 회의에서 합의돼 발표된 문건은 ‘국제금융 형세에 관한 제7차 ASEM 정상회의 성명’과 ‘의장 성명’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베이징 선언’ 등 3가지다.
참가국 정상과 대표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해 국제금융기구가 국제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표들은 “IMF가 금융위기를 맞아 구제금융을 신청한 국가들을 지원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표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음 달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회의 내용을 총괄한 장문의 의장 성명엔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이 주도한 베이징 선언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후변화와 에너지 확보 문제 등에 ASEM 회원국들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몸집, 목소리 커진 아시아 유럽=이번 회의에 참석한 국가는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 16개국과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소속 27개국 등 43개국이다. EU 집행위와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사무국 대표도 참석했다.
ASEM 43개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27조 달러로 세계의 50%다. 세계 205개국 중 4분의 1의 국가가 절반의 GDP를 창출하고 있는 셈. 인구는 더욱 많아 58%, 무역액은 60%에 이른다.
1996년 3월 1일 설립돼 아직 12년밖에 안 된 ASEM이지만 덩치가 커진 만큼 회의엔 글로벌 이슈가 모두 올라왔고 목소리도 커졌다.
우선 ‘공동번영을 위한 비전과 행동’이라는 주제 아래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롯해 기후변화, 에너지 안보, 식량 위기, 빈곤 퇴치, 테러 등 국제적인 핵심 안건이 모두 의제로 올라와 논의됐다.
▽국제금융기구 개혁 한목소리…구체 방안 없어=이번 회의에서는 현존 국제금융기구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인 개혁 방안이나 당초 예상했던 새로운 국제금융기구 신설 등은 도출되지 않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유럽과 아시아의 영향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한국은 금융위기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지만 중국 인도 등 기타 아시아 국가들은 여파가 제한적이다.
이번 회의에서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국 정상들이 국제금융시스템의 개혁을 외쳤고 아시아 국가들은 이를 지지하는 선에 그쳤다.
판광(潘光) 상하이(上海)국제문제연구센터 주임은 “이번 회의의 최대 성과는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이 (금융위기 등 국제문제 해법과 관련한) 원칙과 방향에 일치된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라며 “구체적 방안은 앞으로 장관급 회의나 전문가 토론회를 통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