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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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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동반급락에 속수무책… “인내력 시험 단계”
10일 서울 증시는 전날 미국 뉴욕 증시 폭락 여파로 개장하자마자 46포인트나 내린 폭락세로 출발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동반 매도에 나서면서 개장한 지 28분이 지나서는 하락 폭이 96포인트로 커지면서 1,200 선이 무너졌다. 개장 후 34분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16포인트나 폭락했다.
주가 폭락세가 예상을 뛰어넘자 개인투자자들의 동요와 혼란도 극심했다. 증권사 지점에는 주식 매도 여부를 묻는 전화가 쇄도했지만 상당수 개인투자자는 매매 여부를 정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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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종금증권 최안호 신사지점장은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인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이나 기관투자가들의 주식 매매 동향을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주식을 담보로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주가가 더 떨어지면 이른바 ‘깡통계좌’가 될 것을 염려해 이날 오전 대출을 상환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증권사 객장에는 개인투자자 몇 명이 자리를 채웠지만 진공상태 같은 정적만이 감돌았다. 이날 오전 11시 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증권사 객장에는 노년층 개인투자자 8명이 침통한 표정으로 파란색 숫자로 채워진 전광판을 응시했다.
4000만 원가량을 주식에 직접 투자했다는 이모(56·여) 씨는 “오전에 코스피가 100포인트 넘게 빠지는 걸 보고 갖고 있던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이러다 국가부도 사태가 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우려했다.
전광판을 바라보던 또 다른 60대 투자자는 “대공황이 따로 없는 것 같다”며 골치가 아픈 듯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증권사 직원들도 주가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자 무력감을 호소하면서 사실상 일손을 놓았다. 한국투자증권 이정아 마포지점장은 “이런 폭락장세에서는 직원들도 공포감을 함께 느끼기 때문에 고객을 위로하기도 힘든 상태가 된다”고 애로를 토로했다.
이날 증시는 오후 들어 연기금이 매수에 나서고 증권유관기관들이 공동으로 펀드를 조성해 증시에 투자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락폭이 크게 줄어 전날보다 53.42포인트(4.13%) 내리는 것으로 마감됐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장은 “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하는 상황이어서 속수무책인 상황”이라며 “인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