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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4일 05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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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부양책 준비… 한국도 재정확대론 고개
주요국 중앙은행과 정부가 미국발(發) 금융위기의 충격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내리고 재정 지출을 늘리는 등 경기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미국의 9월 제조업 지수가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고, 유로지역 실업률이 8월 7.5%로 높아지는 등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 위축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가 금리인하 등 경기 진작책을 쓸 수 있는 여지도 생겼다.
○ 유럽중앙은행 10월 금리는 동결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4.25%로 동결한다고 발표한 뒤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도 검토했다”고 말해 향후 경기 진작을 위해 2003년 6월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유로지역의 물가 상승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다소 줄었다”면서 “반면 내수감소와 금융경색으로 경기활동이 약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ECB가 금리 인하를 고려할 정도로 유로지역의 경기 하강세가 뚜렷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날 유로당 달러화 환율은 지난해 9월 7일 이후 가장 낮은 1.38달러로 하락했다.
28,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정돼 있는 미국에서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제 전망이 악화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이날 미 국채금리(10년 물 기준)는 3.63%로 전날보다 0.11%포인트 하락(채권 가격은 상승)했다.
○ 호주, 19조 원 조기 집행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경기를 띄우기 위해 재정지출 확대에 나서는 나라도 많아지고 있다. 호주 정부는 2일 200억 호주달러(약 19조1800억 원)의 호주건설펀드(BAF) 예산을 계획보다 3개월 앞당겨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케빈 러드 총리는 이번 조치의 배경에 대해 “세계 경제가 신속히 회복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도 9일 시작되는 중국 공산당 제17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 전회)를 전후해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내놓은 ‘중국의 금융완화 배경과 향후 정책 전망’ 보고서에서 “8월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9%로 중국 정부의 관리목표 수준(4.8%)으로 하락했고 1∼8월 재정흑자도 1조3351억 위안이나 돼 재정을 지출할 여지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상황 급변 땐 국회와 예산수정 논의”
한국도 경기 하강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적정한 수준의 재정지출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경제연구실장은 “내년에는 경기하강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재정 건전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통해 재정을 확장 기조로 잡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부도 재정 지출을 늘릴 여지를 남겨뒀다. 배국환 기획재정부 2차관은 1일 “상황이 급변하면 국회에서 (예산안 수정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9일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아직 높은 수준의 물가 등을 고려해 당장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더라도 “앞으로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