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우리도 에스프레소 머신 살까?”

  • 입력 2008년 9월 24일 03시 06분


필수 혼수용품 등장-호텔 객실에도 설치… 수입액 작년보다 37% 늘어

《#1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올해 3월 취임하면서 자비(自費)로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 사무실에 들여놓았다. ‘커피 마니아’인 그는 손님이 사무실로 찾아올 때마다 직접 커피를 내주며 커피를 화제에 올리곤 한다.

#2 올해 10월 결혼 예정인 정선영(29) 씨는 혼수용품으로 에스프레소 머신을 장만했다. 집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면서 남편과 스타벅스나 커피빈 등에서 데이트했던 추억을 되살릴 수 있고, 매달 5만 원 안팎으로 드는 테이크아웃 커피 구입비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씨는 “예비 신부들 사이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은 필수 혼수용품이 됐다”고 전했다. 》

최근 에스프레소 머신 수입액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커피 체인점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에스프레소 머신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높은 수증기 압력을 이용해 30초 내에 일반 커피보다 5배가량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를 만들어내는 장치다.

2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에스프레소 머신 수입액은 1446만1000달러(약 166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8% 늘었다.

에스프레소 머신 수입액은 2005년 752만4000달러, 2006년 1158만5000달러, 2007년 1762만5000달러 등 해마다 늘고 있으며, 올해 2000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에스프레소 머신에는 우유 거품을 낼 수 있는 스팀 기능 등이 있어 우유가 함유된 ‘카페라테’나 ‘카푸치노’ 등을 입맛대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이른바 다방커피(인스턴트 커피)는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도 에스프레소 머신의 인기몰이에 한몫하고 있다.

이런 영향에 힘입어 올해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의 에스프레소 머신 매출은 월평균 1억5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6년과 2007년 대비 각각 80%, 25% 늘어난 것이다. 제품은 대부분 스위스 유라, 이탈리아 데롱기, 세코 등 유럽산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세탁기 한두 대 놓을 매장 공간에서 월평균 억대의 매출을 올리는 에스프레소 머신은 대표적인 효자 상품”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인 롯데닷컴에서는 지난달 에스프레소 머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으며, 롯데 계열의 커피 체인점인 엔제리너스는 오피스타운인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를 중심으로 원두 구입을 조건으로 에스프레소 머신을 빌려주기도 한다.

웨스틴조선호텔은 모든 객실에 에스프레소 머신을 설치해 투숙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정희숙 롯데닷컴 가전담당 MD는 “초기에는 200만∼300만 원대의 고가 에스프레소 머신이 주류였지만 최근 10만 원대의 보급형이 나오면서 수요가 더욱 늘고 있다”며 “한국에서 인기 커피는 다방커피에서 원두커피로, 최근에는 에스프레소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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