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비용은 줄이고 효과는 높이고… 슬·림·마·케·팅

  • 입력 2008년 8월 23일 03시 12분


계란도 빨대도 훌륭한 광고매체

《지난해 국내 기업이 광고에 쏟아 부은 돈은 7조9000억 원. 소비자는 매일 3000여 개의 새로운 광고 메시지에 노출되고 있다. 기업이 마케팅에 천문학적 돈을 쓰고 있지만 소비자는 광고를 회피하는 데 ‘달인’이 돼 가고 있다.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슬림마케팅(slim marketing)’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매체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메시지 전달방식의 고정관념을 탈피해 적은 비용으로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는 것. 임언석 KT 마케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경기 불황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경영 환경에서 기업들은 슬림마케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16호(9월 1일자)는 슬림마케팅으로 성과를 본 국내외 기업 사례를 집중 분석했다.》

○ 앰비언트 광고… 낯익은 것을 낯설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이나 자연 등을 매체로 사용하는 앰비언트(ambient) 광고는 새로운 미디어 개발의 첨병이다.

일본 닛신(日淸)식품은 새로 내놓은 치킨라면을 알리는 데 계란을 매체로 활용했다. 300만 개의 달걀 껍데기에 라면 홍보 스티커를 붙였다. 미국 CBS도 달걀 껍데기에 ‘CSI 과학수사대’ 등 자사 TV 프로그램을 새겨 넣어 홍보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의 와이플러스 요가센터는 빨대를 매체로 개발했다. 빨대의 구부러지는 부분에 요가를 하는 사람의 사진을 실어 요가로 유연성을 기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P&G는 신제품 ‘리조이스 린스’를 홍보하면서 전봇대와 전선을 활용했다. 대형 초록색 빗을 엉킨 전선 위에 설치하고 ‘엉키세요? 리조이스 린스로 바꾸세요’라는 문구를 써놓았다.

펩시와 포드 등은 미국 대형 마트나 공항의 주차장 주차선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그림을 입혀 광고하고 있다. 이미 미국은 300만 개가 넘는 주차장의 주차선이 매체로 쓰이고 있다.

HS애드의 김운철 국장은 “앰비언트 광고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것을 낯설게 보이게 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즐거움과 놀라움을 준다”고 말했다.

○ 평범한 광고판… 버스-영화관의 재발견

특징도 개성도 없는 수많은 옥외광고가 난립하고 있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를 접목한 광고판은 여전히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내고 있다.

맥도널드는 미국 시애틀에 제품 사진과 이름만 넣은 ‘뉴 스파이시 치킨 햄버거’ 광고판을 설치한 뒤 소방관이 여기에 물을 뿜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맵다’는 제품 특징이 강하게 전달되면서 인근 매장에서 이 제품의 판매량은 69%나 늘었다.

이동족(族) 소비자가 늘면서 교통수단도 광고 효과가 높은 매체로 각광받고 있다. 여기서도 창의성이 필수적이다.

한국P&G가 지난해 선보인 ‘듀라셀 건전지’ 시내버스 광고는 건전지의 힘으로 버스가 달리는 것처럼 시각적인 연출을 했다. 유니레버는 미국에서 세탁세제 ‘올 스몰 앤드 마이티’를 출시하면서 실제 옷으로 뒤덮인 버스를 만들어 뉴욕 번화가를 돌아다니게 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역사(驛舍)와 쇼핑몰, 영화관도 미디어로 떠오른 지 오래다. 최근 공간 전체를 통째로 빌려 전방위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대세다. 공간을 압도하는 거대한 스케일의 마케팅으로 주목도를 높이는 방식은 심리학의 지배효과를 고려한 것.

GM대우는 최근 KTX용산역 중앙계단에 신차 ‘윈스톰 맥스’의 가로, 세로 10m의 초대형 사진을 부착했다. 에스컬레이터 옆면과 주차장 출입구에도 제품 사진을 붙이고 역사 내에 차량을 전시했다.

한국HP는 지난해 선보인 ‘터치스마트’ PC를 홍보하기 위해 서울 남산의 야외 자동차극장 스크린을 컴퓨터 모니터로 꾸며 가로 20m, 세로 10m의 대형 컴퓨터 모형을 만들었다.

○ 소비자를 찾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옥외광고판, 조형물, 교통수단 등 저비용·고효율 매체도 소비자와 쌍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인터랙티브 마케팅’이 반영되고 있다.

코카콜라는 지난해 새로운 패키지 ‘어고 그립’을 알리기 위해 서울 시내버스 정류장에 자판기 모형을 설치했다. 소비자들은 자판기 버튼을 눌러 온라인 사이트에서 게임을 즐기고, 휴대전화 요금을 결제할 수 있는 ‘코크플레이 포인트’를 받아갔다.

한국쓰리엠은 지하철 3호선의 전동차 내부를 포스트잇으로 장식한 뒤 승객들이 가족이나 친구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남기도록 했다.

대상 청정원도 자사 모델인 배우 장동건의 모습을 담은 지하철 인쇄광고판을 포스트잇으로 만들어 시민들이 떼어갈 수 있도록 했다. 포스트잇 뒷면에는 각종 요리법을 적어 큰 반응을 얻었다.

잠재고객이 많은 장소에서 독특한 이벤트나 퍼포먼스를 펼치는 것도 슬림마케팅의 대안 중 하나다.

삼성전자 하우젠 에어컨을 알리기 위해 CF에 등장한 모델 ‘바람의 전사’들이 실제 서울 번화가를 돌며 행인에게 부채질을 해줬다.

프리챌 온라인게임 ‘투워’의 홍보대사로 선정된 여대생 100명은 서울 도심에서 스쿠터를 타고 달리며 퍼포먼스를 펼쳤다.

제일기획의 김경태 AE는 “국토가 좁고 인터넷을 통한 파급력이 높은 국내에서는 이러한 게릴라 마케팅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슬림마케팅’ 어떻게…

소비현장에서 고객만족 시켜라▼

불황기일수록 마케팅 비용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기업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동안 기업들의 관행을 살펴보면 낭비적인 지출이라 할 수 있는 ‘마케팅 군살’이 많았다.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매체에 과다한 비용을 지출하고, 대형 후원 행사나 판촉 행사에도 많은 예산을 배정했다.

돈을 적게 들이고도 마케팅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슬림마케팅(slim marketing)’이 답이 될 수 있다. 우리말로는 ‘군살을 제거한 날씬한 마케팅’으로, ‘저비용-고효율 지향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 현장에서 독특한 체험을 안겨줘라

필드(field·현장)마케팅은 실내 공간에서 TV·라디오·신문·잡지와 같은 전통적인 매체를 통해 소비자를 접하는 게 아니라 바깥 현장에서 신기한 이벤트나 퍼포먼스로 소비자를 직접 만나는 방식이다. 소비자의 생생한 체험 덕분에 브랜드나 제품에 대한 감정적 반응이 훨씬 커진다. 또 타인과의 공유 욕구를 자극해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손수제작물(UCC) 등을 타고 ‘입소문 효과’를 낼 수 있다. 독특한 내용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킬 경우 언론 보도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는 ‘퍼블리시티 효과(publicity effect)’까지 발생한다.

○ ‘한 지붕 두 가족’ 전략으로 윈윈하라

어필리에이션(affiliation·협력)마케팅은 남의 힘을 빌려 적은 비용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자사 브랜드와 적합도가 높은 타사의 서비스 공간에 제품이나 브랜드를 노출시키는 것이다. 타사로서는 고객에게 다양한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해 매장 만족도를 높여주는 장점이 있다.

스타벅스는 메리어트호텔의 모든 체인에 입점했고 유나이티드항공과 제휴해 항공기 내에 커피를 제공하며 브랜드를 알렸다. LG텔레콤은 은행 공간을 이용해 신용도가 높은 양질의 잠재 고객에게 판촉을 했다. 은행 측에서도 무료하게 기다리는 방문 고객들을 위해 알맞은 방법이었다.

○ 이미 가진 자산을 활용하라

캡티브(captive·자기채널 활용)마케팅은 건물이나 차량·사람·제품 등 회사 내부의 자산을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활용하는 마케팅 방식이다. 건물이나 시설·차량 등을 잘 래핑하거나 직원 유니폼을 활용하면 훌륭한 광고가 될 수 있다. SK텔레콤이 휴대전화 통화연결음 시작부에 다섯 음절(띵띵띠링띵)로 된 회사 상징 멜로디인 ‘T링’을 삽입하는 전략을 채택한 것도 좋은 사례다.

○ 심리마케팅으로 브랜드 태도를 높여라

인간의 심리와 행동적 특징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동안 행해 온 마케팅 자극물의 틀을 바꿈으로써 소비자 인식 전환을 유도해 같은 제품이라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방식이다.

생활 소품을 판매하는 코즈니는 계산대를 줄임으로써 오히려 매출을 늘렸다. 계산대를 8개에서 2개로 줄이자 고객이 늘어난 것도 아닌데 계산대 주변이 붐비는 것처럼 보였고 지나가던 고객들은 인기 매장이라고 착각해 호기심에 이곳을 찾게 돼 매출이 올라간 것이다.

인간의 다양한 행동적 특징을 마케팅에 반영해 별다른 비용 투입 없이 매출을 올린 사례들도 있다. 예를 들어 편의점 내에 음료수 판매대를 출입구에서 매장 맨 구석으로 옮기면 전체 매출이 올라간다. 편의점에서 인기 제품군인 음료수를 고르기 위해 고객들이 오가면서 다른 상품들을 자연스럽게 보게 돼 구매 빈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여준상 동국대 교수(경영학)

 

 

국내 최초의 고품격 경영매거진 ‘동아비즈니스리뷰(DBR)’ 16호(9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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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 보고서/중국 기업이 진화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달라지고 있다. 페트로차이나 등 중국의 거대 국영기업들은 더는 국내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으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과 제품을 내놓는 신생 기업도 늘었다. 서구 경영진과 달리 민간과 공공 부문을 오가며 다양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중국 최고경영자(CEO)들의 비즈니스 수행 방식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Knowledge@Wharton/청정기술 벤처투자 아직 거품 아니다

2006년 미국 내 청정에너지 기술에 투자된 벤처투자액은 한 해 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30억 달러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청정기술 산업 또한 지난날의 인터넷 및 부동산 붐과 마찬가지로 거품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는 고유가와 지구 온난화가 청정에너지 사업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해 주고 있다며 상황을 낙관하고 있다.

▼Business Innovation/브릭스와 비스트, 이렇게 공략하라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을 일컫는 브릭스(BRICS)와 베트남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를 아우르는 비스트(VIST)가 기업들의 신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고소득 고학력의 젊은 세대인 8개국의 핵심 소비층은 서구 중저가 브랜드를 선호한다. 또 의식주를 위시한 생계형 소비가 아니라 레저 여행 교육과 같은 가치중심형 현재지향적 소비를 추구한다.

▼강대리 팀장 만들기/비효율적 회의를 탈피하는 법

회의는 회사 생활의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면서도 누구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일이다. 회의의 효율화를 위해서는 사회자에게 충분한 독립성과 권한을 보장해 주고, 회의록 작성을 팀의 막내가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회의의 마지막 발언도 “수고하셨습니다”가 아닌 “오늘 회의의 결론은 무엇이고, 따라서 이건 누가 언제까지 맡아서 해 달라”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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