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브랜드 ‘기싸움’

  • 입력 2008년 8월 6일 02시 59분


옛 대우그룹의 핵심 계열사였던 대우일렉트로닉스가 대우 브랜드를 관리하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 측에 브랜드 권리 매각 의사를 비공식적으로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일렉의 한 임원은 5일 “최근 이승창 대우일렉 사장이 강영원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에게 ‘대우일렉이 냉장고 세탁기 등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가전제품을 만들고 있으니 대승적 차원에서 브랜드 관리를 우리에게 넘기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두 사장의 사적(私的) 자리에서 이뤄진 비공식 논의였지만 대(對)소비자 마케팅을 하는 대우일렉이 브랜드 관리를 맡으면 훨씬 효율적일 것이란 생각은 회사 내부에 오래전부터 강하게 퍼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우인터내셔널 측은 “대우일렉이 무리한 욕심을 내는 것”이라며 일축하는 분위기다. 강 사장도 이 사장의 제안에 즉각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인터내셔널의 한 임원은 “대우그룹 해체 이전에도 브랜드 관리는 대우인터내셔널의 전신인 ㈜대우에서 맡았다”며 “2001년 브랜드관리위원회까지 설치해 체계적인 브랜드 관리를 효율적으로 해 온 만큼 권한 양도나 매각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옛 대우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은 대부분 매각됐고 국내 시장에서 대우 브랜드를 쓰는 회사도 두 회사와 대우자동차판매, GM대우 등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두 회사 모두 대우 브랜드에 강한 애착을 보이는 것은 해외에서는 대우 ‘오리발 심벌’의 위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대우인터내셔널 측은 “아직 일부 동남아 국가와 동유럽 등에서는 삼성, LG, 현대보다 더 유명한 한국 회사가 대우”라며 “대우 브랜드를 쓰면 어떤 제품을 취급하든 ‘대우가 책임지는 제품이다’란 인식을 해당국 소비자에게 심어줄 수 있다”고 밝혔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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