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어쩌나

  • 입력 2008년 7월 18일 02시 52분


몸집 불리다 재정 큰 부담

자회사 대부분 주가 폭락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을 잇달아 인수합병(M&A)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최근 자회사들의 급격한 주가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공격적 기업 인수로 그룹의 재무부담이 커진데다 고유가와 건설업계의 불황 등 악재가 겹친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그룹의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은 지난해 11월 8만8000원대까지 올랐던 주가가 17일에는 2만700원으로 떨어졌다. 8개월 만에 주가가 4분의 1도 안 되는 수준까지 내려간 것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000대에서 1,500 선으로 하락한 것에 비해도 매우 큰 폭의 하락세다.

또 지난해 7월 최고 주가가 3만 원을 넘었던 대우건설의 17일 종가는 1만850원이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11월 한때 주가가 1만1000원을 돌파했지만 지금(17일 종가)은 4885원으로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제시한 ‘풋백옵션’을 들고 있다.

당시 금호산업은 투자자들의 손실을 보전해 주기 위해 대우건설 주가가 내년 12월까지 3만2000원대를 밑돌 경우 이 가격에 주식을 되사 주겠다고 했다. 지금 약 1만 원에 불과한 대우건설 주가가 그때까지 이어진다면 주당 2만 원가량의 손해를 보고 주식을 되사야 하는 셈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전부 풋백옵션을 행사할 경우 금호산업이 필요한 자금은 4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풋백옵션 등 M&A로 인한 자금부담, 건설업황 악화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고 있으며 앞으로의 향방도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호산업은 올 1분기 실적 발표에서 265억 원의 순손실을 내기도 했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그룹이 갖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5조 원가량 되기 때문에 자금 흐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주가 하락은 건설업계가 전체적으로 불황이고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는 데 따른 것이며 M&A 후유증이라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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