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부가 선진국형 제조업 요트산업 ‘희망의 돛’

  • 입력 2008년 7월 15일 02시 51분


뉴질랜드팀 요트선수들이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 출전에 앞서 새로 제작된 요트를 시운전하고 있다. 사진 제공 어드밴스드마린테크
뉴질랜드팀 요트선수들이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 출전에 앞서 새로 제작된 요트를 시운전하고 있다. 사진 제공 어드밴스드마린테크
어드밴스드마린테크 직원들이 6월 경기 화성시에서 열린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에 쓰일 요트를 제작하고 있다. 어드밴스드마린테크는 이 대회를 위해 7척의 경기용 요트를 만들었다.
어드밴스드마린테크 직원들이 6월 경기 화성시에서 열린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에 쓰일 요트를 제작하고 있다. 어드밴스드마린테크는 이 대회를 위해 7척의 경기용 요트를 만들었다.
자동차-조선 강국 기술 살리면 세계시장 경쟁력

《현대자동차 사내(社內)벤처인 ‘씨즈올(바다의 모든 것이라는 뜻)’. 지난해 4월 설립된 이 회사는 내년 상반기(1∼6월) 상용화를 목표로 보트와 요트 등 레저 선박용 엔진 개발의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차의 디젤엔진 제조기술을 활용해 레저 선박용 엔진을 국산화하겠다는 것이다. 정순갑 씨즈올 총괄팀장은 “올해 10월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리는 국제보트쇼에 참가하는 등 레저용 선박 수요가 많은 미국과 유럽 시장의 판로를 뚫을 준비도 하고 있다”며 “반응이 좋으면 분사(分社)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투자 잘되면 5∼10년에 요트강국 부상

한국이 ‘선진국형 제조업’인 요트산업 도전에 나섰다.

요트산업은 조선 자동차 등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전통 2차 산업의 핵심 경쟁력을 살리면서 중국 등 후발국들이 따라할 수 없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2.5차 제조업’으로 불린다.

전문가들은 “자동차와 조선 강국인 한국은 ‘요트강국’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투자만 제대로 된다면 5∼10년 안에 선진국 요트업체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시 전곡항에서 지난달 열린 국제요트대회인 ‘코리아매치컵’에서는 국내업체가 제작한 요트인 ‘G마린호’가 경기용으로 쓰여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 요트는 선수들로부터 “방향 조절장치가 좋고 속력도 많이 난다”며 “외국업체 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G마린호를 제작한 어드밴스드마린테크는 조선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들이 1999년 설립한 회사로 그동안 유람선 등 선박 600여 척을 제작한 경험을 바탕으로 요트를 개발했다.

이상홍 어드밴스드마린테크 대표는 “조선의 설계기술과 자동차의 생산기술을 접목하면 세계 소형 선박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남 영암군 대불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푸른중공업은 호화요트인 ‘트롤러 620’을 건조하고 있다. 대양을 횡단할 수 있는 이 요트는 길이 18.9m로 대당 가격이 10억 원에 이른다. 침실, 거실, 주방, 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어 웬만한 호텔 못지않다.

수준 높은 정보기술(IT) 요트를 제작하는 데 불과 8개월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것도 강점이다. 컴퓨터로 요트를 가상 제작해 제작 기간을 줄여서 빠르게 변하는 요트 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정희 푸른중공업 부사장은 “3년 전까지만 해도 국제모트쇼에 가면 바이어들이 ‘한국도 요트를 만드느냐’며 의아해했지만 최근에는 국내업체들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 한-미, 한-EU FTA 수혜 분야

이처럼 국내업체들이 레저선박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레저선박의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스웨덴 볼보그룹은 승용차 사업 부문을 미국 포드사에 매각했을 때에도 선박 엔진 회사인 ‘볼보 펜타’는 남겨뒀다. 자동차 디젤엔진 기술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볼보 펜타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9% 늘어난 117억 크로나(약 1조9843억 원)로 영업이익률은 10%에 이른다.

관련 시장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모터보트, 요트 등 해양레저장비산업 시장 규모는 연간 450억 달러(약 45조 원)로 매년 100만 척의 레저선박 신규 수요가 발생한다.

특히 요트산업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유럽연합(EU) FTA의 수혜 분야로 꼽힌다. 미국은 소형 레저선박 수요 70%를 차지하고, 유럽은 슈퍼요트(길이 30m 이상이고, 엔진을 동력으로 하는 요트)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도 요트산업을 신(新)성장동력으로 삼고 요트, 보트 분야 글로벌 핵심 브랜드를 키워 2020년 세계 소형레저 선박 시장 20%를 점유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핵심 부품 개발 지원금을 늘리는 등 요트산업 지원을 하는 신성장동력 로드맵도 하반기에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과제도 적지 않다. 국내 요트업체의 규모가 영세한 까닭에 자금, 인력이 부족해 제품 개발 능력이 취약하고, 핵심 기술과 기자재는 여전히 외국 업체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요트업체 관계자는 “레저선박 인테리어나 설계 인력은 대부분 외국인 전문가를 쓰는 게 현실”이라며 “업체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국내에도 마리나(레저선박 정박시설)를 늘리는 등 관련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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