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REPORT]건설사들 “외환위기 이겨낸 마음으로”

  • 입력 2008년 7월 14일 02시 56분


《건설업계는 제조업과 달리 노사(勞使) 간의 갈등이 많지 않다. 직원들이 현장에서 관리자로서의 경험을 하면서 회사 측의 처지를 직간접적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임원으로 회사경영에 직접 참여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건설사들에 노사화합이 가장 절실했던 때는 외환위기 때였다. 당시 현대, 대우, 쌍용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은 노사간의 단합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현재도 일부 회사는 여전히 매각 대상이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쌓아 온 노사간의 신뢰는 회사의 성장 동력으로 남아 있다.》

상생의 노사화합 실천

○ 고통분담에 앞장선 노조

외환위기 당시 건설업계의 노조들은 고통분담 차원에서 급여 삭감에 적극 동참했다. 회사가 살아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의 사측은 2000년대 초반 인건비 절약을 위해 무급 안식년 제도를 직원들에게 제안했다. 하지만 직원 상당수는 스스로 희망퇴직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안식년 제도가 회사의 부담을 덜기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직원들이 스스로 퇴직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인 쌍용건설 노조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혹독한 구조조정과 임금삭감을 단행했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마친 다음 해인 2005년에 이례적으로 임금협상권을 사측에 백지 위임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직원들이 우리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이 회사는 1년에 두 차례씩 경영설명회를 열고 있다. 직원이 곧 회사의 주인이며 경영상태에 대해 누구보다 관심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쌍용건설 측은 “경영설명회는 과거의 상의하달(上意下達)식 경영에서 벗어나 아래에서 위로의 의사전달이 이뤄지는 노사화합의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 회사는 직원들에게 복지 혜택

최근 대형 건설업계는 외환위기의 긴 터널을 거쳐 제2의 호황을 맞고 있다. 국내 주택 부문이 침체에 빠졌지만 해외건설 부문이 호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여유가 생긴 사측은 이제 과거에 희생을 감수한 직원들을 위해 다양한 복지혜택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5월 말 창립 61주년을 맞아 세계적 문화유산인 창덕궁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옥상에 직원들을 위한 다목적 휴식공간인 ‘스카이 가든(Sky Garden:옥상정원)’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휴식공간으로 제공했다.

2000여 m² 규모로 조성된 스카이 가든에는 육상트랙을 비롯해 어깨근육 마사지기구, 등허리 지압기구, 허리근력 강화기구 등 다양한 운동기구가 설치돼 있다. 임직원들이 함께 점심시간이나 일과 후 시간 등을 이용해 운동을 즐길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에는 새로운 가정을 꾸린 직원들을 격려하고 축하하기 위해 사업본부별로 신혼부부 73쌍을 초청해 만찬행사를 열기도 했다.

SK건설도 임직원의 건강관리와 복리후생 증진을 위해 지난해부터 서울 중구 순화동 사옥 2층에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 임직원과 임직원의 배우자 및 자녀가 이용할 수 있다. 토요일에도 격주로 운영되는 이 치과는 진료비용도 일반 치과보다 저렴하다.

쌍용건설은 가족이 화목해야 진정한 노사화합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2003년부터 임직원 자녀를 위해 1년에 두 차례씩 캠프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여름방학에는 ‘꾸러기 역사 탐험단’, ‘한여름밤의 꿈’, ‘푸르른 대관령에서의 자연문화체험’ 등 현장학습 시간을 갖는다. 겨울방학에는 ‘꾸러기 스키캠프’를 연다.

○ 노사가 함께 발전해야

건설업계는 이제 노사화합을 위해서는 노사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데 동감하고 있다. 직원들의 발전이 곧 회사의 발전으로 연결되면서 자연스럽게 노사화합의 이뤄진다는 것.

우림건설은 도서 나눔 운동을 통해 노사의 공동발전을 꾀하고 있다. 사측은 매년 교보문고가 선정한 올해의 좋은 책 ‘베스트 북(BEST BOOK) 20선’을 구입해 이 회사 현장직원들에게 나눠준다.

이 회사의 심영섭 회장은 자필로 독후감을 써 경영상황과 함께 추천도서의 의미를 전달하고 이를 읽은 직원들 역시 독후감을 매달 쓰면서 조회시간에 직접 발표하기도 한다.

종종 추천도서를 통해 떠오른 새로운 아이디어가 회사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특히 2005년부터는 각 현장에 ‘우림나눔 도서관’을 운영 중이다. 회사 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근로자, 일용직 근로자을 비롯해 현장 지역민들에게도 도서관을 개방한다.

이 회사 홍보팀의 김종욱 상무는 “현장 근로자들이 책을 읽고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표현하는 것을 보면 독서경영이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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