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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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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경제는 괜찮을 것이라는 소위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전망은 뭘 모르는 동양인들의 짧은 식견 정도로 폄훼됐다.
반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어떨까.
결론적으로 미국발 침체론은 틀렸고 디커플링이 맞았다.
근거는 간단하다. 중국 경제는 지금까지 건재하고, 그 때문에 유가가 이토록 급등한 것이다. 이제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로 접어든다면 그것은 미국 주택경기가 아니라 고유가 때문일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중국 경제가 너무 디커플링된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현재의 고유가 상황을 ‘제3의 오일쇼크’로 부르며 1970년대식의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만일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1970년대 세계 증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잘 아는 투자자들은 그만 앞날을 내다보기도 겁날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그럴 가능성은 적다. 그것도 다 중국 때문이다.
첫째, 1970년대에는 고속 성장하는 대규모 개방경제가 없었다. 고성장 피로감에 지친 선진 경제들만 있었을 뿐 오늘의 중국과 같은 성장 엔진이 없었던 것이다.
올해 5월에 발생한 쓰촨 성 대지진은 비극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에는 여전히 개발해야 할 곳이 지천이라는 것을 보여 주기도 했다. 중국이라는 성장 엔진의 연료는 아직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둘째, 1970년대에는 강력한 노조의 힘으로 임금인상 압력이 드높았고 이것이 다시 물가를 부추기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저임금 노동력 때문에 임금인상 압력이 크지 않다. 인플레이션 악순환의 여지가 작은 것이다.
1970년대식의 잃어버린 10년이 재연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고유가의 지속은 단기적으로라도 매우 위험하다.
중국 때문에 먹고살고는 있지만 바로 그 중국 수요로 고유가가 이어진다면 이에 따른 각국 경제의 내수 위축은 중국 효과를 다 까먹고도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의 베이징 올림픽보다는 올림픽 이후의 중국이 더 관심거리다. 전 세계에 위대한 중화를 보여 주려는 베이징 올림픽 기간 중 혹시 모를 비상사태에 대비해 엄청난 비축유를 쌓고 있다는 중국 아닌가.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가 둔화 국면에 들어간다면 유가가 반전의 계기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연구소장·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