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파동과 도심 폭력시위로 정국이 혼란을 거듭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한국 경제에 '위기신호'가 오고 있다. 금융시장도 이런 우려를 반영해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원화가치는 하락)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경상수지는 흑자 반전에 실패하면서 6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선물가격은 장중 140.39달러까지 치솟은 뒤 전날보다 5.09달러 오른 139.64달러로 마감했다. WTI 선물가격이 장중 140달러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종가 역시 사상 최고치다.
유가 급등은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격탄으로 작용해 경상수지 등 각종 경제 지표들도 줄줄이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5월 중 국제수지 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경상수지는 3억7750만 달러 적자를 내 지난해 12월(-8억1380만 달러) 이후 6개월 연속 적자를 보였다.
이로써 올해 1~5월 경상수지 누적적자는 71억714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적자폭(29억120만 달러)의 2.5배가 됐다.
이날 한은은 "1¤5월 경상수지 누적적자 중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영향은 약 69억 달러"라고 분석했다. 적자의 96.2%가 고유가의 영향이라는 뜻이다.
고유가 충격으로 이날 국내 금융시장도 주식 및 채권 값, 원화가치가 모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 현상을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3.21포인트(1.93%) 추락한 1684.45에 마감됐고 코스닥지수도 8.11포인트(1.35%) 내린 594.63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지수 1,700선이 무너진 것은 3월 27일(1,676.24) 이후 3개월 만이며 코스닥지수가 600선 아래로 하락한 것은 지난해 3월5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4.90원 오른(원화가치는 하락) 104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마감환율 기준으로 지난달 26일(1048.50)원 이후 최고 수준. 채권시장도 약세를 보여 국고채 금리는 5년 만기가 전날보다 0.03%포인트 오른 연 5.85%로, 3년 만기는 0.03%포인트 오른 5.77%로 각각 마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