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펀드 수익률 12% 그 짜릿한 보르도香

  • 입력 2008년 6월 27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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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네트웍스 1299억짜리 사모펀드 순항중

5년뒤 현물판매… 하반기 일반인에도 공모

《SK네트웍스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한국 사모(私募) 그레이트 빈티지 와인펀드’가 순항하고 있다. 26일 SK네트웍스에 따르면 이 펀드의 순(純)수익률은 4월 말 현재 8.8%로 영국 파운드화 가치 절상에 따른 환차익까지 감안하면 수익률이 12.2%에 이른다.

이 펀드는 현재 1299억 원 규모로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투자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와인 구매를 맡고, 펀드 운용과 관리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담당한다. 최근 변덕이 심한 국내외 주식시장과 달리 와인의 수익률이 높은 이유는 간단하다.

좋은 와인일수록 시간이 지나면서 맛이 좋아져 가치가 높아지고 포도 품종별, 생산연도별 공급은 한정됐지만 사람들이 소비한 만큼 와인 양은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2003년부터 세계적인 저금리 추세로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와인이 짭짤한 투자 대상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고급 와인 100종의 가격을 산출한 지수인 ‘런던국제빈티지거래소100’은 올해 5월 말 현재 258.41로 기준연도인 2004년 1월(100)의 2.5배 수준이다.

SK네트웍스는 와인 거래가 활발한 영국 런던에 사무소를 두고 와인컨설팅사 등의 추천을 받아 직접 와인을 구매한다. 금융 메카인 런던에서는 와인 거래도 활발해 국내 증시로 치자면 코스닥, 코스피와 같은 ‘런던국제빈티지거래소(라이브엑스·Liv-Ex)’가 있다.

투자 대상 와인은 프랑스 보르도산으로 병당 50만∼150만 원 정도의 고급 와인이다.

보르도 지역의 와이너리(양조장)는 몇 대째 가업(家業)으로 운영되고 있어 와인 가격과 물량 등이 자세하게 기록된다. 투자 참고자료를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보르도의 기후와 토양이 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데 적합하고, 와인 공급량이 많지도 적지도 않아 가격이 왜곡되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다.

SK네트웍스가 구매한 와인은 런던 인근 항구의 보세창고에 와인펀드의 설정기간인 5년 동안 보관된다.

그렇다면 5년 뒤 와인은 어떻게 처리될까.

SK네트웍스는 그룹 차원에서 ‘제2의 내수 시장’으로 여기는 중국 포도주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중국인 가운데 연간 소득 2만 달러 이상인 8000만 명이 공략 대상이다. 이들의 소비 수준이 높아지면서 고급 와인 수요도 급증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와인을 국내에 판매하는 방안도 있지만 국내에 들여오려면 관세, 주세, 부가가치세, 교육세 등 세금을 무려 68.25% 물어야 하고 시장 규모도 중국보다 작다. 따라서 국내로는 SK 계열사 소비용 외에는 거의 수입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SK네트웍스는 하반기(7∼12월)에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도 와인펀드를 공모(公募)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와인펀드의 운용수수료 등이 5%대로 일반 펀드보다 높은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또 경기 침체 등으로 5월부터 와인 가격 상승세도 주춤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네트웍스 측은 “와인펀드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수수료가 다소 높지만 와인펀드가 활성화하면 수수료도 떨어질 것이고, 연간 수익률 또한 20%대로 일반 펀드에 비해 뒤처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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