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신상정보 인터넷 올려 집단적 신변위협

■ 도 넘어선 광고주 협박 행태

요구 거부땐 욕설… 퍼나르며 부풀리기도

‘악성 고객’ 전문상담요원 두는 기업 생겨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을 상대로 한 일부 누리꾼들의 광고주 압박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해당 기업체에 대한 항의 협박을 넘어서 직원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5일 다음 ‘아고라’ 등에는 메이저 신문에 광고하는 기업체 직원의 신상 정보와 함께 해당 직원을 비난하는 게시물이 적지 않게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직원의 이름은 물론 해당 부서, 직책, 전화번호가 적혀 있고 직원이 인터넷 게시판에 쓴 글까지 찾아내 함께 올리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광고를 한 기업들의 목록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고, 집단적으로 해당 기업에 전화를 걸어 “메이저신문에 더 이상 광고를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도 모자라 전화를 받는 직원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하고 있다.

항의 전화를 받는 기업들에 따르면 누리꾼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전화를 끊지 않고 욕설을 하는 등 고의로 실랑이를 벌인다. 이 과정에서 직원이 흥분하면 직원의 말을 꼬투리 삼아 “분하다. 도와 달라”는 식으로 게시판에 글을 올린다.

이 같은 글을 본 누리꾼들은 ‘이 사람 혼 좀 나야겠다’ ‘뻔뻔하고 매너 없는 인간’ ‘이렇게 못된 인간은 처음’이라는 등의 댓글을 달거나 해당 기업에 전화를 걸어 “직원 태도가 그게 뭐냐”는 식으로 또 다른 시비를 걸고 있다.

특히 일부 누리꾼들은 이 같은 게시물들을 ‘퍼나르기’하거나 ‘××기업 ××× 씨에게 욕을 먹은 분이 있음’이라는 식으로 부풀리고 있다.

최근 이 같은 피해를 본 A사 고객서비스 담당자는 “게시판에 이름, 부서, 전화번호까지 올라가는 바람에 다시 말을 꺼내기 싫을 정도로 위협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개별 기업이 목소리를 냈다가는 어떤 테러를 당할지 모르는 상식을 벗어난 분위기가 된 것 같다”며 “시범 케이스로라도 위법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처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피해를 본 B사 홍보 담당자도 “10분이 넘도록 통화를 했는데 아무리 설명해도 말이 통하지 않았고, 글을 올린 누리꾼은 자신이 한 얘기는 모두 빼고 썼다”며 “게시물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은 물론 항의와 협박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의 시스템에 대해서는 고발이나 항의를 할 수 있지만 여러 사람이 보는 인터넷 공간에서 직원 개인에 대한 공개적 비난은 악의적이고 명예훼손의 소지도 있다”며 “인터넷의 익명성 속에 숨어서 특정인을 비난하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광고주와 직원들에 대한 이 같은 누리꾼들의 ‘자해 공갈 식’ 협박이 계속되자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피해 기업들도 대응 방법 마련에 나섰다.

한 대형 제약회사는 3단계 매뉴얼을 만들었다.

첫 협박 전화에는 “알았다. 검토해보겠다”고 원론적인 대답을 하고, 2번째 전화가 오면 “신문사와 연간 계약이 돼 있어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광고를 중단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그래도 또 전화가 걸려오면 “신문사와 최종 결정을 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 하지만 최대한 빨리 해결하겠다”고 대답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의 임원은 “이처럼 3단계로 나눠서 대응하면 감정적인 고객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응대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통신회사는 모든 광고주 협박 전화에 “고객님 의견 감사합니다”는 대답만 반복하고 있다. 이 회사의 한 상무는 “그것이 통화시간을 가장 짧게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자·정보기술(IT) 분야의 대기업은 심한 욕설을 하거나 장시간 전화를 붙들고 있는 악성 고객에 대해선 ‘협상 능력’이 탁월한 전문 상담원에게 맡기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 회사는 “콜센터 직원이 상대하기에는 너무 거칠거나 막무가내인 고객은 따로 응대하는 것이 업무방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