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에 외환銀매각’ 계약 파기될 듯

  • 입력 2008년 6월 25일 02시 58분


론스타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 2심서 무죄… 금융위 “외환銀매각승인 유보”

법적 불확실성 해소까지 표류 불가피

금융당국 ‘적극 해결’서 ‘신중’ 모드로

론스타, 주식시장서 지분 처분할수도

외환은행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금융당국은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계속 유보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론스타와 영국계 HSBC은행이 7월 말로 시한을 잡았던 외환은행 매매 계약은 파기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 유재훈 대변인은 24일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론스타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검찰이 상고할 방침을 밝히는 등 아직 사법적 절차가 남아 있는 상태”라며 “현 시점에서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제반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HSBC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지 않은 것은 외환카드 주가조작이 아니라 외환은행 헐값인수 소송 때문”이라며 “이 소송 결과는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를 무효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진행 중인 헐값인수 소송의 1심 결과라도 지켜본 뒤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금융당국, 민심을 이유로 갈팡질팡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3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외환은행 매각 지연이 금융산업에 미치는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4월에는 “지금 정부는 미완의 숙제를 푸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자세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전 정부와) 차이가 있다. 론스타 문제의 조속하고 원만한 해결이 새 정부의 외국인 투자 유치에 관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내 금융권에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항소심’이 외환은행 매각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져 있었다.

론스타가 4월 말 HSBC와 한 외환은행 매매 계약 기한을 7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한 것도 외환카드 항소심 결과에 대한 금융당국의 달라진 방침을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전 위원장은 이달 초 한국언론재단의 세미나에서 “쇠고기 문제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 정서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게다가 법원이 예상과 달리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금융당국은 론스타에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고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 없게 됐다.

○ “론스타, HSBC와 계약 파기할 듯”

금융권에서는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론스타와 HSBC는 7월 말로 시한을 잡았던 외환은행 매매 계약을 파기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에 투자한 시점이 2003년 10월이고 론스타 투자자들이 자금 회수를 기대하는 시간을 3∼5년 정도로 보면 론스타가 더는 지분 매각을 미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론스타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는 일괄매각을 포기하고 시가(市價)만 받는 블록 세일 방식으로 나머지 지분을 처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론스타는 지난해 6월 보유 지분 가운데 13.6%를 블록 세일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에 총 2조1548억 원을 투자했고 2차례의 배당(6470억여 원)과 블록 세일(1조1927억여 원)을 통해 1조8398억 원(세전 기준)을 회수했다. 만일 현재 외환은행 주가보다 낮은 주당 1만4000원에 보유 지분 51.02%를 매각해도 약 4조6066억 원을 회수할 수 있어 수익률은 200%에 이른다.

증시의 한 관계자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을 공개시장에 내다 팔면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이 이 지분을 사들여 지배주주가 되려고 금융당국에 승인 요청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결국 금융당국은 신청자 중 적합한 대상에게 승인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국내 금융회사들이 외환은행의 공개입찰 기회를 다시 갖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HSBC에는 불허했던 외환은행 지분의 일괄인수 승인을 국내 은행에 해줄 수는 없다”며 “론스타가 재입찰을 하면 외환은행 인수 가격이 더 올라가 론스타가 과도한 이익을 챙긴다는 논란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1, 2심 판결 내용 비고
구분1심2심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
형량징역 5년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주가조작에 따른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유죄무죄
채권 헐값 매각에 따른 배임 혐의일부 유죄일부 유죄
조세포탈유죄무죄
국회 증언 불출석 혐의유죄유죄
외환은행 및 이 은행의 대주주 LSF-KEB홀딩스SCA 주가조작 혐의부당 이득액의 2배 이상에 해당하는 벌금 250억 원을 각각 선고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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