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인재’ 당신을 초대합니다

  • 입력 2008년 6월 2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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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증권 구희진 리서치센터장은 이달 초 홍콩의 외국계 증권사에 근무하는 중국인 애널리스트를 인터뷰하러 홍콩에 다녀왔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의

영향으로 홍콩 금융가에 불어 닥친 감원 바람에 일자리를 잃은 애널리스트가 “한국의 증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 왔기 때문이었다.》

구 센터장은 “그는 중국 명문대 출신으로 영어와 중국어가 능숙하고 전문성도 갖췄지만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등 약점도 있어 채용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미국 월가(街)와 홍콩, 싱가포르의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 대규모 감원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렇게 자국에서 등을 떠밀린 금융계 전문인력 중 상당수는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한국 금융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 IB 전문 인력 영입 두드러져

한국의 금융계는 이런 상황을 반기고 있다. 신생 증권사들이 속속 들어서고, 기존 증권사와 은행들도 IB 부문을 대폭 확장하면서 전문 인력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의 박준현 사장은 이달 초 취임 직후 “미국 월가의 우수 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삼성증권 측은 현재 인사팀 직원을 뉴욕에 상주시켜 글로벌 IB 출신 전문인력 30여 명을 심층 인터뷰 하고 있다.

또 지난달 증권사 신설 예비허가를 받은 KTB투자증권은 IB 부문 대표로 글로벌 IB은행 출신을 영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미 중국 DBS캐피털에서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중국인을 중국 상하이사무소 이사로 영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융전문 헤드헌팅업체 베스트네트워크 최호식 대표는 “지난해 중반부터 월가와 홍콩 IB에서 감원이 시작됐고, 신규 채용도 줄어 특히 교포를 중심으로 한국 근무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 기본급 최소 2억∼3억 원 요구

한국의 금융회사가 원하는 해외 인력을 찾아내더라도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는 일은 아직 많지 않다.

미국 등지의 유명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졸업하고 해당 분야에서 5년 정도 경력을 쌓은 글로벌 IB 출신들은 성과급을 제외한 기본급으로 최소 2억∼3억 원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는 이보다 1억 원 정도 낮은 기본급을 제시해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다는 것.

국내 H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인터뷰한 월가에서 활동했던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연봉 8억 원을 원했다”면서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해외 인력보다는 국내 우수 인력 영입, 자체 인력 양성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인력의 서툰 한국어 실력도 채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박종현 센터장은 “7, 8년 전 한 증권사에서 외국인 애널리스트를 채용했는데 한국 기업들을 방문해도 의사소통이 잘 안돼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증권학회장을 맡고 있는 숭실대 장범식(경영학) 교수는 “지금은 해외선진 IB 인력을 한국에 끌어와 금융산업의 수준을 높일 좋은 기회”라며 “임금 시스템을 바꾸고, 근무환경을 만들어 주면서라도 이들을 적극 영입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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