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에서 생산으로…폐기에서 재생으로…에너지의 재발견

  • 입력 2008년 6월 20일 03시 02분


《‘에너지 절약을 넘어 에너지 생산으로.’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아예 에너지 생산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역(逆)발상으로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거나, 폐기물에서 에너지를 뽑아내기도 한다. 국내 건설업체들도 쓰레기처리시설, 축산폐수처리시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앞 다퉈 뛰어들고 있다. 환경부가 발표한 ‘폐기물 에너지화 종합대책’에 따르면 2006년 현재 한국의 하루 폐기물 발생량은 31만8929t이고, 이 중 83.6%인 26만6802t을 재활용하고 있다. 최병철 환경부 폐기물에너지팀장은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비율은 높지만 에너지화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며 “현재 가연성(可燃性) 폐기물 등 폐기물의 1.8%를 에너지로 만들고 있지만 이 비중을 2012년까지 31%로 높인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

○ 쓰레기에서 에너지를!

강원 원주시는 2006년 9월 흥업면 사제리 내 1만1276m² 터에 115억 원을 들여 생활폐기물 연료화시설을 만들었다.

가연성 폐기물에서 수분, 금속, 유리 등 불연성 물질을 없앤 후 압축하면 불에 잘 타는 고형연료제품(RDF·Refuse Derived Fuel)을 만들 수 있다. 원주시는 현재 RDF를 시범적으로 시멘트 공장이나 화력발전소에 제공하고 있다.

또 원주시는 올해 말 시 청사에 RDF 전용 보일러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한 달에 약 7000만 원 정도의 난방비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주시 생활환경과 RDF 시설 담당자인 강민수 씨는 “생활폐기물 연료화시설을 통해 추가 수입을 기대하고 있고, 쓰레기 매립량도 예전의 10% 수준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부산 강서구 생곡동 ‘부산음식물자원화사업소’는 혐기성 미생물이 음식물쓰레기를 소화시키는 과정에서 생기는 메탄가스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하루 음식물쓰레기 200t(부산시 발생량의 25%)을 처리하는 이 사업소에서 생산하는 가스는 연간 2만 m³ 정도. 이 가스로 시간당 1430kW의 전기를 생산해 400kW는 자체 사용하고, 1030kW는 한국전력공사에 판다. 지난해 전기 판매로 올린 수입은 8억4000만 원이다.

경기 파주시도 음식물 쓰레기나 가축분뇨 등에서 바이오 가스를 발전시키는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 발상의 전환으로 에너지 생산

이건산업은 올해 초 인천 남구 도화동 합판공장의 스팀 공정을 칠레 공장으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기존 열병합발전소 및 스팀 설비가 애물단지로 변해 버렸다.

이 회사는 기존 설비의 활용 방안을 놓고 고민하다가 ‘스팀을 팔자’는 데 생각이 미쳤다. 기존 설비를 그대로 놔 둔 채 땅속으로 스팀을 전달하는 파이프만 새로 설치하면 됐다. 발전소를 돌리는 원료는 이건산업에서 나오는 폐목재로 충당할 수 있었다.

이건은 올해 4월 인천공장 인근의 식품공장인 사조해표와 연간 40억 원대의 스팀에너지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에는 인천종합에너지와 60억 원 규모의 계약을 했다.

대한펄프는 최근까지 방치한 ‘폐합성수지 소각로’를 지난해 12월 전면 보수했다. 소각로에 보일러를 연결해 종이 건조용 스팀을 생산하기 위해서였다.

소각로 원료는 폐지에서 나오는 오물(비닐, 스티로폼 등)을 활용했다. 과거 돈을 들여 오물을 매립했지만 지금은 훌륭한 소각로 원료가 된 것이다.

대한펄프는 “종이 건조를 위한 스팀 생산에 매월 벙커C유 400만 L를 사용하는데, 금액으로는 월 3억 원”이라며 “하지만 소각로를 개보수한 이후 약 40만 L 벙커C유를 절감해 10% 정도 연료비를 아꼈다”고 설명했다.

○ 에너지 재생 사업 활황

부산의 음식물자원화사업소를 건설한 서희건설은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 하루 100t가량의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짓고 있다.

태영건설은 2007년 말 현재 하수처리장 40개소, 축산폐수처리장 4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축산분뇨를 에너지로 변환하는 시설 공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 기술연구소 장정희 부장은 “국내 유기성 폐기물 중 축산분뇨, 음식물쓰레기를 에너지화하면 연간 1조 원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며 “고유가에 이산화탄소 감축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신(新)재생 에너지와 관련된 시장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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