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재계 파워엘리트]효성그룹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4분


국제경제 눈밝은 글로벌형 사령탑들

《신소재-화학분야 세계시장 두각… 작년 매출 55% 해외서 거둬

효성그룹은 섬유회사(동양나이론)로 출발해 무역과 중공업을 핵심사업으로 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1970년대 중공업, 1980년대 화학과 정보통신, 1990년대 신소재 분야 등으로 사업다각화를 일궜다. 1990년대 후반 혁신경영을 선포하고 주력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하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 선두권 제품을 잇달아 쏟아냈다.

현재 효성은 타이어코드 세계 1위, 스판덱스 세계 2위, 중전기(重電機) 국내 1위를 달리고 있다. 효성은 2000년대 들어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해외 생산거점 구축 등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지난해 효성그룹의 매출액은 7조1307억 원으로 처음으로 7조 원을 넘었고, 영업이익(4480억 원)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매출액 가운데 해외에서 벌어들인 금액은 3조8963억 원으로 전체의 55%에 이른다.

성공적인 사업다각화와 실적 개선에는 전문경영인이 소신껏 경영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책임경영’의 조직문화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효성은 1997년 산하 계열사를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하는 ‘퍼포먼스 경영시스템’으로 바꿨다. 그룹을 섬유, 산업자재, 화학, 중공업, 건설, 무역, 정보통신 등 7개 퍼포먼스그룹(PG)으로 나누고, 그 아래 독립사업부문인 24개 퍼포먼스유닛(PU)을 뒀다. 각 PU장은 다른 그룹의 계열사 사장 같은 역할을 한다.》

○ 그룹을 이끄는 핵심 CEO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재계의 대표적인 국제경제통으로, 전문성과 식견을 갖춘 최고경영자(CEO)라는 평가를 받는다.

조 회장은 경기고 재학 중 일본에 유학해 히비야(日比谷)고와 와세다(早稻田)대 이공학부를 졸업한 뒤 미국 일리노이대 공과대학원(화공학 전공)을 나왔다. 그의 실용적인 사고와 완벽을 추구하는 경영스타일은 미국과 일본 유학 시절에 몸에 배었다고 한다.

영어와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그는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장, 한미재계회의 한국위원장, 한일경제협회 회장 등을 맡으면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조 회장은 평소 외국의 신문을 읽고 관심 있는 기사가 있으면 오려서 해당 임원에게 전달한다고 한다. 임직원에게 항상 배우는 자세로 시각을 넓힐 것을 주문하는 ‘공부하는 CEO’의 면모도 보인다.

이상운 부회장은 1976년 효성물산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그룹 최고관리책임자(COO)에 오른 대표적인 ‘효성맨’이다. 이 부회장은 2002년 전무에서 사장으로 2단계 승진한다. 이때 그의 나이는 50세. 그리고 5년 만인 지난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 부회장은 일처리에 빈틈이 없고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항상 오전 7시 반 이전에 출근할 만큼 부지런하고 책임감이 강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현재는 효성 주력사업의 글로벌화와 신(新)성장동력 발굴을 주도하고 있다.

화학PG장인 김종광 부회장은 1970년 동양나이론에 입사한 이후 40년 가까이 화학산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울산의 폴리에스테르 공장과 고순도테레프탈산(TPA) 공장 설계에 직접 참여할 정도로 화학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섬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정보통신PG장인 류필구 사장은 노틸러스효성,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의 대표이사 사장도 겸직하고 있다. 1996년부터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사장을 맡는 등 국내 정보통신(IT) 업계의 대표적인 장수 CEO다. “사장을 포함한 모든 직원이 고객에게 다가가야 한다”며 현장경영을 강조한다.

성창모 효성기술원장(사장)은 미국 리하이대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미 매사추세츠주립대 화학공학과 교수, 인제대 총장 등을 지낸 금속 및 나노 소재 분야 전문가다. 2006년 효성기술원장으로 옮겨와 효성의 연구개발(R&D) 분야를 책임지고 있다.

○ 책임경영 앞장서는 8명의 부사장

김태경 효성에바라 대표이사 부사장은 담수시장, 석유화학용 고압펌프 등 신규 시장을 적극 개척하고 있다. 효성에바라가 최근 수년간 사상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올린 것은 김 부사장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고 평가된다.

신추 효성트랜스월드 대표이사 부사장은 ㈜대우와 현대상선 등에서 25년 이상 물류 분야에 종사한 물류 전문가다. 2005년부터 물류사업부문인 효성트랜스월드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세계 70여 개국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탄탄한 영업 인프라를 완성시켰다.

타이어보강재PU장인 김규영 부사장은 한양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한 화학섬유 엔지니어. 그는 타이어코드의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이끌었고, 미주,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재무본부장인 정윤택 부사장은 1978년 입사 후 기획, 경영관리, 감사 등을 두루 거친 전략기획통이다. 30대에 임원으로 발탁되는 등 초고속 승진을 이어왔고, 2002년부터 그룹 재무본부장을 맡고 있다. 추진력이 뛰어나고 원만한 대인관계로 인맥이 두텁다는 평이다.

김용진 진흥기업 대표이사 부사장은 건설현장 소장 출신으로 CEO 직위에 올라 ‘문무(文武)’를 겸비한 건설경영인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지난해 효성 건설PU장으로 영입됐고, 올해 효성이 진흥기업을 인수한 후 이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전력PU장 손태봉 부사장은 1976년 효성중공업에 입사해 효성ABB를 거쳐 지난해부터 초고압 변압기 및 차단기를 생산하는 전력PU장을 맡고 있다. 영업관리, 운영시스템 등의 부문에서 선진 기법을 접목하는 등 글로벌 사업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기전PU장 김동환 부사장은 풍력, 화력 등 발전플랜트의 영업전문가로 수십 년간 해외영업 및 마케팅 경력을 쌓은 해외 영업통이기도 하다. 건설PU장 안순철 부사장은 대림산업을 거쳐 경남기업의 사장을 지낸 전문경영인으로 올해 초 효성에 합류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오너 3세 3형제 경영 일선에서‘소리 없이’ 활약▼

효성그룹은 조석래 회장의 부친인 고 조홍제 창업주가 세웠다. 조석래 회장의 세 아들은 현재 효성 내 핵심 분야를 맡아 주요 경영 현안을 ‘소리 없이’ 무난하게 처리한다는 평을 듣는다.

‘오너 3세’ 세 명의 조용하면서도 똑 부러지는 업무 처리는 회사 경영 못지않게 가정에서도 ‘깐깐한’ 조 회장의 스타일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조 회장은 요즘도 매주 월요일 아침 세 아들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식사를 같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예일대와 일본 게이오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장남 조현준(40) 사장은 섬유와 무역부문 PG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그가 취임한 뒤 무역부문은 신규 사업 진출과 시장 확대 등을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 2006년까지 적자를 보인 섬유부문은 스판덱스 공장 증설 등 과감한 투자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터키와 베트남 공장 증설을 계기로 효성의 스판덱스 부문은 세계 선두권에 진입했다.

서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차남 조현문(39) 부사장은 중공업 PG장을 맡아 중국, 미국, 남미 등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남 밀양시 삼랑진에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준공을 주도하기도 했다.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막내 조현상(37) 전무는 그룹 전략본부 소속으로 그룹의 경영전략 수립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아그파 자회사 인수, 수입차 사업 진출, 스타리스(옛 한일리스금융) 인수 등을 주도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 ‘2008 재계 파워엘리트’ 시리즈는 매주 화 목요일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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