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펑펑’ 20대…건강식품에 약한 60대

  • 입력 2008년 6월 2일 20시 52분


#1. 20대 직장인 A(여) 씨는 지난해 12월 인터넷 쇼핑몰에서 본 사진을 믿고 9만 원짜리 검은 색 패딩 잠바를 구입했다. 하지만 도착한 잠바는 곳곳에 긁힌 자국이 있었고 재질도 사진과 달랐다. A 씨는 쇼핑몰에 전화해 항의했지만 직원은 "현금으로는 100원도 환불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2. 60대 노인 B(여) 씨는 3월 노인정을 찾은 방문판매원으로부터 무료 관광을 시켜준다는 말을 듣고 버스에 올랐다. 판매원은 노인들을 건강식품 홍보관에 데려가 "태반주사가 피부미용에 좋다"며 설득했고 B 씨는 60만 원을 내고 두 박스를 샀다. B 씨가 일주일 후 반품을 요구하자 업체 측에서는 "반품은 안 된다"며 거절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일 소비자 1165명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성, 연령, 직업, 소득별 소비자 역량지수를 처음으로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20대는 신용카드 및 인터넷쇼핑으로 인한 피해에 취약하며 50대 이상은 건강식품 방문판매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50개 질문을 바탕으로 소비자가 갖춰야할 지식과 바람직한 실천태도를 100점 만점으로 점수화한 것이다.

●낙제점에 가까운 소비자 역량지수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의 평균 지수는 60.8점이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지표라 외국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소비자 역량이 전반적으로 기대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령별로는 20대의 소비자 역량이 57.25점으로 가장 낮았다. 30대는 61.98점, 40대는 64.08점, 50대 이상은 63.31점이었다.

특히 20대는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인터넷'쇼핑몰을 이용할 때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가맹점 상호, 거래일, 가격을 확인하고 서명한다'는 문장에 대한 응답자들의 실천 정도를 점수로 매긴 결과 전체 응답자의 평균은 3.14점(5점 만점)이었지만 20대의 평균은 2.42점이었다. '인터넷 쇼핑몰의 거래약관을 주의 깊게 읽는다'에 대한 점수도 20대는 2.54점으로 평균(2.74점)에 못 미쳤다.

공정위 관계자는 "20대는 사회초년생으로 사회경험과 지식이 적어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거나 다단계판매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노년층은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허위, 과장광고 및 방문판매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70.6%가 '방문판매로 물건을 샀을 때 14일 이내 반품이나 교환을 할 수 있다'는 정답을 맞혔지만 만 55세 이상 노년층에서는 정답률이 65.4%로 떨어졌다. 또 자녀의 채무를 대신 갚을 의무가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노인들도 많아 대부업체의 추심에 취약점을 드러냈다.

●농업종사자, 저소득층, 저학력층 소비자교육 '시급'

직업별로는 농업종사자의 점수가 57.60점으로 가장 낮았다. 반면 경영관리직에 종사하는 응답자는 평균 63.51점으로 가장 높았다.

소득별로는 월 소득 200만 원 이하 저소득층의 점수가 낮았으며 학력별로는 고졸 이하 저학력층의 점수가 낮았다.

공정위 윤정혜 소비자정책국장은 "저소득층과 저학력층은 자산관리 능력이 크게 떨어져 대부업체 등의 대출 서비스를 자신의 대출상환 능력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이용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가정주부는 합리적으로 소비하려는 실천의지는 강했지만 지식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취약 집단에 대한 소비자 교육을 강화해 역량 지수를 중장기적으로 80점까지 올릴 계획이다. 서울대 김난도 소비자아동학부 교수는 "현재 20대는 텔레비전, 홈쇼핑, 인터넷 등을 보면서 소득수준에 비해 과도한 소비욕구를 키워온 계층"이라며 "학교와 가정에서 정상적인 소비습관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 역량지수: 소비자들이 △합리적으로 거래하고(거래역량)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충분히 행사하며(소비자주의 역량) △자산을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재무역량)를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 것. 각 역량에 대해 필요한 지식을 알고 있으며, 바람직한 태도를 실천하는지를 나눠 물었다.

장원재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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