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환율의 ‘절규’…“코스피 1500까지 떨어질수도”

  • 입력 2008년 3월 15일 02시 49분


14일 코스피지수가 장중 한때 1,600 선 아래로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이 1000원 턱밑까지 치솟는 등 주요 지표가 요동쳐 금융시장의 혼란이 더욱 심화됐다. 그림은 노르웨이 출신 화가인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의 일부.동아일보 자료 사진
14일 코스피지수가 장중 한때 1,600 선 아래로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이 1000원 턱밑까지 치솟는 등 주요 지표가 요동쳐 금융시장의 혼란이 더욱 심화됐다. 그림은 노르웨이 출신 화가인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의 일부.동아일보 자료 사진
코스피 1600 턱걸이…환율 1000원 육박…금융시장 ‘충격의 도가니’

《코스피지수가 장중 한때 1,600 선이 붕괴되고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0원대에 육박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이틀째 충격을 받았다.

동아일보가 14일 국내 10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에게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은 적어도 상반기(1∼6월)까지는 미국 경기침체와 신용경색으로 주식 등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 “상반기까지 롤러코스트 장세 이어질 듯”

10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최저 1,500 선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신증권 구희진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경기 침체로 달러 약세가 지속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는 데다 미국 금융주들의 실적 부진에 따른 후폭풍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증시의 추가 하락을 경고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하 및 경기부양정책이 서서히 효과를 발휘하고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기업 이익이 늘어나면서 하반기에는 증시가 상승 흐름을 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화증권 전병서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7∼12월)에 미국 경제가 반등하고 중국이 고성장을 지속하면 국내 내수 경기도 회복될 수 있어 주가가 반등할 확률도 높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증권 서용원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신용 경색 악화로 각종 악재가 터져 나오고 있어 증시 반등 시기를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 “매도 타이밍 늦어… 우량주 분할매입 고려할만”

리서치센터장들은 “매도 타이밍은 이미 늦었다”며 주식 및 펀드 투자자들은 매도를 자제하고 증시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라고 조언했다. 지금처럼 주가가 크게 빠진 상황에서 불안한 마음에 섣불리 매도에 나섰다가는 손해를 보기 십상이라는 것.

주식투자자들은 주가하락기를 이용해 우량주를 저가에 매입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서명석 리서치센터장은 “증시가 바닥권에 진입했다고 판단되면 가격 매력이 부각된 정보기술(IT) 관련주를 중심으로 분할 매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펀드 투자자들은 적립식으로 꾸준히 투자를 계속해 나가되 하락장에 강한 가치주 펀드를 비롯해 최근 수익률 호조를 이어가는 브라질 등 신흥국에 투자하는 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근 원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함에 따라 신흥국 펀드에 투자할 경우 환헤지(환위험 회피)를 하지 않는 것이 환차익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많았다.

○ 외국인 매도 공세… 환율도 14.9원 급등

한편 14일 서울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5.36포인트(0.95%) 하락한 1,600.26으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1,578.45까지 하락해 1월 30일(1,589.06) 이후 처음으로 1,600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날 증시는 전날 뉴욕 증시의 반등 소식에 오름세로 출발했으나 외국인 매도가 가속화하며 하락 폭이 커졌다. 세계 최대 사모(私募)펀드 칼라일그룹의 관계사 칼라일캐피털 부도설 때문에 외국인들이 그동안 이익을 본 한국 등 신흥시장에서 돈을 빼는 방식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 이들은 이날 국내 증시에서 2816억 원을 순매도(매도금액에서 매입금액을 뺀 것)했다.

외국인이 주식을 판 돈을 본국에 송금하기 위해 ‘달러 사자’ 주문을 내면서 원-달러 환율은 급등세를 이어갔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90원 급등한 997.30원으로 마감했다. 하루 등락 폭으로는 2004년 12월 8일 이후 3년 3개월여 만에 가장 많이 오른 것. 원-엔 환율도 100엔당 995.31원으로 14.87원 폭등했다.

이에 따라 일반인이 은행 창구에서 달러를 살 때 내야 하는 환율은 1,014.75원으로 1000원을 훌쩍 넘었다. 종가 기준으로 고객 현찰매입 환율이 1000원을 넘긴 것은 2006년 1월 20일(1,004.06) 이후 약 2년 2개월 만이다.

대우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원화 가치가 계속 떨어져 국내 주식을 갖고 있는 외국인의 환차손이 커지면서 매도세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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