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반도체 기술 대만이전 반대”

  • 입력 2008년 3월 8일 02시 51분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 “핵심기술은 선진국도 보호”

하이닉스 “기술 수출인데… 삼성측 오해 안타깝다”

하이닉스반도체가 제휴사인 대만 프로모스에 5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급 D램 반도체 공정 기술을 이전하는 문제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갈등 양상으로 비화했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반도체산업협회·연구조합 정기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진국들도 핵심 기술은 보호하고 있는데 그런 핵심 기술이 수출 대상이라는 것이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황 사장이 이 문제를 직접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모임에 참석했던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이 “이번 기술 이전은 기술 유출이 아니라 ‘기술 수출’로 봐야 한다”고 말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황 사장은 “지난해 제정된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이 있기 때문에 그 법의 취지에 따라야 한다”고 하이닉스의 기술 이전 계획에 거듭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또 그는 ‘이전 대상 기술이 핵심적인 설계 기술이 아니라 양산 기술이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하이닉스 측 주장에 대해서도 “설계 기술이건 양산 기술이건 모두 핵심 기술이라서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하이닉스는 “삼성전자 측이 뭔가 오해하고 있다.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황 사장의 발언은 김 사장이 총회 진행 도중 개인 일정으로 자리를 뜬 이후 나온 것이어서 두 사람이 이 문제를 놓고 직접 대립하는 모습은 목격되지 않았다.

그러나 김 사장은 일부 자리에서 “내가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차관 출신이다. 누구보다 기술 유출의 부작용을 잘 알고 있다. 정말 기술 유출이라면 내가 앞장서서 중단시키겠다”고 강조해 왔다고 하이닉스 관계자가 전했다.

하이닉스 내부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얻기 위해서는 관련 업계와 적극적으로 제휴해야 한다”며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대만의 난야가 최근 50nm 이하 반도체 제조 공정기술 개발에 합의한 것도 기술 유출로 봐야 하느냐”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대한민국 반도체’를 상징해 온 인물 중 한 명인 황 사장이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였으면 그렇게 공개적으로 얘기했겠느냐”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자세다.

결국 이 문제는 지경부의 산업기술보호위원회에서 결판날 것 같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예상이다. 하이닉스가 프로모스와 기술 이전 협의를 마치면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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