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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25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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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에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은 4300억 원의 흑자를 올린 반면 하이닉스는 3180억 원의 적자를 냈다. 하이닉스의 ‘17분기 연속 흑자 행진’도 멈췄다.
삼성전자에 이어 메모리반도체 세계 2위인 하이닉스에는 ‘생산성만큼은 우리가 1등’이라는 자존심이 있었는데 그것이 무너진 셈이다.
하지만 22일 경기 이천시 부발읍 아미리 이천사업장에서 만난 ‘하이닉스 사람들’은 예상과 달리 낙담한 표정이 아니었다. ‘이보다 더한 어려움도 이겨냈는데…라는 담담한 얼굴이 많았다.
○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라’
300mm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생산하는 M10 공장에 들어서자 천장에 설치된 라인을 따라 빠르게 움직이는 ‘운반용 로봇’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웨이퍼 25장이 들어있는 약 8kg의 상자를 아래로 내렸다가 작업이 끝나면 다시 집어 올리는 작업을 쉼 없이 되풀이하고 있었다.
공정의 90% 이상이 자동화돼 있어서 ‘사람의 노력으로 무엇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방철원 제조10팀 부장은 “실적 개선의 길은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원가 절감과 끊임없는 생산성 향상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D램 단일 라인 세계 최초로 ‘웨이퍼 월 10만 장 생산’을 달성했던 이 공장은 지난해 말 ‘월 13만2000장’의 신기록을 또 세웠지만 올해 목표는 무려 ‘월 18만 장’. 이를 위해 생산량은 매월 3%씩 늘리고 비용은 연간 30% 낮추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하이닉스 사람들이 이런 극한 도전을 견뎌내는 원천은 특유의 ‘최고주의’ 정신 때문이다.
M10 공장 1층 복도에서 5층 제조본부장실까지 복도 양쪽 벽에는 팀장 파트장 직원 개인별 세계 최고 기록이 초등학교 교실 뒷면에 붙은 상장처럼 빼곡히 전시돼 있다.
직원들은 이 ‘최고주의 거리’를 걸으면서 “1위 삼성을 초월하기 위한 필수 요건인 ‘하이닉스인의 자존심’을 스스로 갖추려 다짐한다”고 한다.
○ 시장 환경 만만치 않아
하이닉스의 앞날은 결코 녹록지 않다.
반도체시장의 어려움이 올해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고 끊임없이 제기되는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문제, 또 환경 문제의 파고(波高)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진헌 하이닉스 산업보안팀장은 “최근 국가 정보기관의 컨설팅을 받았는데 ‘보안 수준이 전반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환경 문제도 지난해 환경단체의 직접 감시를 받는 정공법을 선택해 해결하고 있다.
하이닉스 임직원들은 스스로를 ‘날개가 가장 길어 활공의 1인자’로 꼽히는 새인 앨버트로스에 비유한다. 올해 그들이 어떤 활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이천=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