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입사선호 기업 제2부]<31>대우건설 “못하는 게 없다!”

  • 입력 2007년 12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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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잘하는 게 없다? 뭐든지 못하는 게 없다!

토목-건축 기술력 자랑… 설계-시공 일괄 입찰 1위

금호아시아나그룹서 인수 뒤 ‘화학적 융합’ 가속




2001년 5월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만난 이상영 당시 대우건설 법인장은 대뜸 1000쪽이 넘는 서류철을 보여줬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관련 자료였다.

“경쟁업체들의 흑색선전이 보통이 아닙니다. 대우건설이 조만간 도산할 거라는 겁니다. 도리가 있나요. 제가 이걸 들고 다니면서 발주처를 만나 설득하는 수밖에요.”

그때만 해도 대우건설의 생존 여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그는 시종일관 자신감이 넘쳤다.

“그룹은 부도났지만 대우건설의 ‘맨파워’는 그대롭니다. 두고 보세요. 반드시 살아납니다.”

이 법인장은 대형 플랜트 공사를 잇달아 수주하며 희망을 쏘아 올렸고 대우건설은 마침내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대우건설의 위기와 도전은 지금부터라는 평가가 많다. 주택시장은 극도로 악화돼 있고 해외사업은 부진하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들은 단기 수익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1>시공능력평가 기준업계 1위

대우건설은 건설업계 1등(시공능력평가 기준)이다. 올해 수주액은 10조2000억 원, 매출은 6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매출 구조를 보면 1등이 맞느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2001년 31%였던 주택 사업 비중은 올해 40%로 높아졌다. 9월 말 현재 미분양 물량은 5000채에 육박한다.

건설사의 중장기 경쟁력을 좌우하는 토목과 건축 부문, 플랜트 부문 비중은 꾸준히 떨어지고 있으며 올해 해외 수주는 7위에 그쳤다.

이 때문에 대우건설 안팎에선 ‘잘 하는 게 없다’라는 지적마저 일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이 초고층 빌딩에 승부수를 띄우고 있고, 현대건설은 여전히 ‘토목공사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지만 대우건설은 내놓을 게 없다는 것.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주택부문은 대우건설을 1등 기업으로 이끈 ‘캐시카우(현금수입원)’였다. 미분양 주택이 많다고는 하지만 매년 건설업계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분양했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것.

토목과 건축 부문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조립식 주택 공법을 미국에 수출하고 교량 상판을 모듈화한 프리캐스트 공법을 도입하는 등 탁월한 기술력을 자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턴키 수주(설계 시공 일괄 입찰)에서 건설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잘 하는 게 없는 것이 아니라 전 부문에 걸쳐 ‘못 하는 게 없다’는 것이다.

<2>“금호그룹과의 시너지 효과기대”

대우건설의 미래를 결정할 변수 중 하나가 이 회사를 인수한 금호그룹과의 시너지효과가 가능할지다.

회의론자들은 금호그룹과 대우건설이 화학적으로 융합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전직 대우건설 임원은 “대우그룹 시절에도 대우건설 사장들은 상당한 권한을 부여받았다. 개인의 창의력과 역동성에 익숙한 조직이다. 하지만 금호그룹은 ‘장악형’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금호그룹에 편입된 지 1년이 지난 지금은 이 같은 우려는 기우(杞憂)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우선 금호그룹이 인수하면서 전문경영인들의 ‘인사철 실적쌓기용 수주’ 관행이 사라졌다. 더욱이 올해 대우건설이 금호그룹 계열사의 석유화학 플랜트 증설공사를 수주하는 등 그간 목말라 하던 ‘그룹 공사’도 수행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역으로 대우건설의 공사 물량이 금호건설로 넘어간다는 지적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들은 대우건설의 실적이 좋아지지 않으면 주식을 내다 팔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금호그룹은 대우건설의 영업 가치를 극대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3>‘글로벌 플랜트 사업’본격 전개 나서

대우건설은 9월 금호그룹 편입 이후 처음으로 새 중장기 전략을 선포했다. 핵심은 해외사업 확대, 수익기반 확충, 경쟁력 혁신이다.

이를 위한 7대 전략 가운데 ‘글로벌 플랜트 사업 본격 전개’를 최우선 순위에 놓았다. 대우건설의 강점인 해외 공사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해외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나이지리아에서 벗어나 세계 각지에 수주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장기 포석도 깔려 있다.

비(非)플랜트 해외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수익률이 높은 해외 개발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미 말레이시아에는 대우건설 브랜드를 붙인 주상복합아파트를 건설키로 했으며 베트남에서도 신도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주상복합아파트는 삼성증권의 부동산펀드가 일괄 매수하는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해 건설업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대우건설은 또 레저시설 건립과 운영에 노하우를 갖고 있는 금호그룹과 연계해 국내외 리조트 건설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이 밖에 ‘푸르지오’로 대표되는 아파트 브랜드를 집중 육성하고 플랜트 사업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자재 구매 관리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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