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한화 ‘여천NCC 갈등’ 법정으로

  • 입력 2007년 11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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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한화측이 경영진 무능언급 명예훼손” 訴제기

한화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 사실과 달라” 반박

8년전 50대50 지분으로 만들어… 인사권 등 싸고 ‘감정의 골’

대림산업이 한화그룹과 합작으로 세운 여천NCC의 경영 갈등과 관련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양측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은 29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화 측 이신효 여천NCC 공동대표 부사장이 대림산업 경영진의 무능 등을 언급하며 명예를 훼손시켰다”며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한화석유화학 허원준 대표이사 등도 직간접적으로 이 발언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확보해 함께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 명예회장은 또 이날 고소와는 별도로 손해배상소송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은 “김 회장은 요양 중으로 여천NCC 경영과 관련해 어떠한 지시도 한 적이 없다”며 “무책임한 소송에 대해서는 대림산업 측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천NCC는 1999년 12월 대림산업과 한화석유화학이 각사의 NCC(나프타분해공장) 사업부문을 분리해 50 대 50의 지분으로 세운 국내 최대 규모의 나프타분해회사다.

이번 사태는 이달 초 일부 지역에 배달된 한 경제지에 한화 측의 이신효 부사장이 “대림과 한화의 갈등으로 합작을 지속하기 어려우며, 대림이 보유 지분을 넘긴다면 한화가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면서 촉발됐다.

하지만 한화 측은 “이 부사장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으며, 이에 따라 문제의 기사도 다른 지역 배달판에는 빠졌다”며 “대림 측의 이번 고소는 정략적인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이미 깊어진 양측의 갈등이 수면으로 드러난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올해 9월에는 정기 인사에 불만을 품은 대림 측 직원 60여 명이 이 부사장의 집무실에서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이 부사장은 이들을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50 대 50의 합작사이지만 대림의 직원이 약 70%에 이르러 승진과 인력조정 등 인사 관련 불만이 적지 않았다”며 “정부의 ‘빅딜’ 정책에 따라 무리하게 합작사가 된 것도 갈등의 한 원인”이라고 풀이했다.

한화 측도 “합작 당시 양측이 인사권을 50 대 50으로 갖기로 계약했으나 대림이 최근 70%를 요구하는 등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이달 12일 여천NCC의 등기이사로 복귀하며 사태 수습에 나선 이준용 명예회장이 법적 대응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에 대해 재계에서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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