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 “에버랜드 검찰수사 대응 내가 지휘”

  • 입력 200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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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삼성그룹 전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가 5일 의혹제기 후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성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재산 형성 과정, 검찰과 국세청 등의 삼성 떡값 수수, 삼성 임원들의 차명 비자금계좌 보유 의혹을 또다시 제기했다.

그러나 그는 양심선언 배경을 설명하는 것 외에 이날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 구체적인 입증 자료는 하나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또 이날 이 전무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겠다는 당초의 발표도 지키지 않았다.

▽“이재용 재산 형성 내부문건 있다”=김 변호사는 4일까지만 해도 ‘JY(이재용)의 재산 형성에 관한 보고서’라는 삼성 내부문건을 갖고 있다며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문건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날 “애초 오늘 이 문건을 공개할 계획이었지만 분실 우려가 있고 삼성그룹의 반응도 없어 문건 공개는 다음 기회로 미루겠다”며 “이 전무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 많은 분이 알고 있지만 내부문건을 통해 적절한 기회에 (불법성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 동영상 촬영 : 전영한 기자

기자회견을 함께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김인국 신부도 “이재용 씨의 불법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삼성그룹 내부문건을 가지고 추후에 여러분에게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이 전무의 재산 형성 과정의 핵심인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발행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 증거 조작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에버랜드 사건에서 많은 진술과 증거가 조작됐다는 것은 분명하다. (증거 조작에) 나도 관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에버랜드 일은 (내가) 입사 전에 일어난 일로 나는 나중에 법무팀장으로 일하면서 법무팀을 지휘해 검찰 수사에 대한 대응 등 업무를 분담하는 역할을 했다”며 “이 사건이 아직 상고심에 계류 중이므로 법률기술적인 문제도 있고 해서 자세한 내용은 추후에 상세하게 밝힐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명 비자금계좌 가진 삼성 임원 명단 있다”=김 변호사는 삼성이 검찰과 국세청, 재정경제부 등의 고위 공무원들을 뇌물로 관리한다며 이를 위해 상당수의 간부에게 차명 비자금계좌를 운영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돈의 출처는 각 계열사에서 조성한 비자금이며 만성적자인 회사에서도 수십억 원의 비자금을 운영한다”며 “삼성 출신의 이사들이 재산 많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며 차명 비자금계좌를 가진 임원 명단도 일부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 내에서는 차명 비자금계좌 자체가 훈장이며 일부는 비자금계좌가 만들어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도 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비자금 문제를 설명하며 이른바 ‘떡값 검사 명단’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저는 삼성에서 돈으로 법조계 인맥을 관리했다”며 “현직 최고위 검찰 간부 중에도 삼성 뇌물을 받은 사람이 있으며 재경부와 국세청은 규모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이 같은 주장을 입증할 ‘떡값 명단’에 대해서도 “지금은 명단 자체를 밝힐 때가 아니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이 실상 공개해야”=김 변호사는 자신이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 삼성이 나서서 실상을 공개하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떡값을 받았다고 주장한) 국가정보원과 청와대 인사들의 명단과 2002년 삼성이 정치권에 제공한 대선 정치자금이 삼성 비자금이라는 물증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의심스럽다면) 일방적 주장이라고 (기사로) 쓰라”고 대꾸했다.

‘삼성을 고소 고발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저는 (범죄를 지었기 때문에 고소 고발이 아니라) 자수해야 한다”고 답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 김용철 변호사는 누구

김용철(49) 변호사는 광주제일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3년 사법시험 25회에 합격했다. 1989년 검사로 임관한 뒤 부산지검과 서울지검의 특수부에서 근무했다.

그는 1995년 12·12쿠데타 및 5·18민주화운동 특별수사본부에 참여했으며, 쌍용 김석원 회장이 보관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61억여 원을 찾아내기도 했다.

1997년 검사를 그만두고 삼성으로 옮긴 그는 구조조정본부의 법무팀, 재무팀에서 일하다가 2002년부터 2004년 8월까지 법무팀장(전무급)을 지내면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 등을 담당했다.

김 변호사는 7년간 삼성에서 연봉과 성과급, 스톡옵션 등으로 모두 102억 원을 받았다. 퇴직 뒤에도 올해 9월까지 고문료 명목으로 매달 2000만 원을 받아 왔다.

퇴사 뒤에는 ‘법무법인 하나’ 대표변호사를 거쳐 ‘법무법인 서정’에서 근무하다 올해 9월 퇴직했다. 또 2005년 9월부터 한겨레신문 비상근 기획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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