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ravel]볼보 C70 타고 경춘가도 달리기

  • 입력 2007년 10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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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파란 가을 하늘이 활짝 열린 그날. 나는 파란 하늘과 함께 찾아온 청명한 가을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다. 그러기에 가장 좋은 것은 컨버터블 드라이빙이다.

차 지붕을 열어젖힌 채 가을 속으로 질주하는 모습. 상상만 해도 가슴 벅차다. 하지만 꿈꿀 수는 있어도 현실로 가져오기는 어려운 호사다.

그런데 그날, 나는 그런 호사의 극치를 맛볼 수 있었다.

마침 수중에 ‘더 올 뉴 볼보 C70’이라는 멋쟁이 컨버터블이 있었던 덕분이다.

주행 테스트를 위해 빌려온 그 차가 그날 그 가을 속으로 나를 데려갈 줄이야. 나는 호기 있게 지붕을 열고 서울의 올림픽대로에 올라섰다.》

호수 위의 길, 나는 바람이 되었다

컨버터블을 타자면 용기가 필요하다. 주변에서 쏟아지는 뜨거운 시선 탓이다. 뭔가 튀는 행동에 익숙하지 않은 이라면 그런 시선을 견디기 쉽지 않다. 그런데 한번 두번 컨버터블을 타면서 변해 가는 나를 느꼈다. 그런 것도 ‘노출증’이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한번 벗으니 자꾸 벗게 된다’는 것이었다. 차의 지붕을 들어올림을 말한다. 심지어 노출이 심한 옷을 입는 여성의 심리를 이해하게 됐다.

볼보 C70은 내가 타 본 컨버터블 중 가장 점잖고 우아한 차다. 컨버터블은 스포티한 면모가 생명이다. 그런 만큼 대개는 날렵하거나 앙증맞고 조금은 가벼워 보인다. 그런데 C70은 다르다. 외양의 각진 선에서 풍기는 적당한 볼륨감, 거기에 컨버터블 특유의 스포티함이 오버랩되어 전체적으로는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처럼 점잖으면서도 매력 넘치는 남성 분위기다. ‘스트롱’한 볼보의 이미지가 날렵한 컨버터블에 녹아들며 드러난 이런 분위기가 어떤 차도 흉내 낼 수 없는 볼보 C70의 매력이다.

게다가 볼보 C70은 하드톱 컨버터블(캔버스 천이 아닌 강판형의 접이식 지붕)이다. 지붕만 덮으면 곧바로 스포츠쿠페(지붕이 있는 스포츠카)로 변한다. 컨버터블과 스포츠쿠페, 이 두 모델을 한 대에 담고 있다는 점이 하드톱 컨버터블의 매력이다.

그런데 볼보 C70은 쿠페의 모습 또한 섹시하다. 다른 메이커와는 반대로 설계의 기초가 스포츠쿠페이기 때문이다. 버튼 하나로 변신하는 차, 그 변신 과정은 영화 ‘트랜스 포머’만큼이나 인상적이다. 만약 거리에서 펼친다면 그대로 동영상 손수제작물(UCC) 감이다. 발걸음을 멈추게 할 만큼 신기해서다.

어느덧 나와 볼보 C70은 천호대교를 지나치고 있었다. 머리 위로 펼쳐진 한강변 가을 하늘은 더더욱 싱그러웠다. 이 길로 강원 춘천까지 달리기로 마음먹었다. 산에 둘러싸인 호반도시 춘천. 가는 길에 북한강도 지나니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자동차 여행 코스로는 딱이었다. 서울 외곽과 춘천을 잇는 경춘가도(국도 46호선)의 새 도로(중앙분리대를 설치한 기간국도)가 절반쯤 개통된 것도 이날 춘천행을 거들었다.

강동대교 건너 구리요금소를 지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로 들어섰다. 퇴계원나들목을 지나자 ‘춘천’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출구로 나서니 국도 47호선이 새 경춘가도로 안내한다. 새 도로는 남양주 부근에서 시작됐는데 대성리 못 미쳐 새터 삼거리까지 이어졌다. 고속도로처럼 쾌적한 주행을 약속한다.

경춘가도의 진수라면 역시 북한강변 구간이다. 그러자면 청평댐에서 시작해 남이섬 직전까지 청평호를 벗해 달리는 호반도로가 제격이다. 그 길로 들어서자 가로수의 짙은 녹음이 가을 땡볕을 막아 주었다. 열린 지붕으로 맑고 싱그러운 공기까지 호흡하니 컨버터블 드라이빙이 더욱 새롭게 느껴졌다. 호수의 수상 스키어조차 부럽지 않았고.

남이섬을 몇 km 앞두고 옛 경춘가도(국도 46호선)에 올라섰다. 가평 진입로를 지나 경강교와 춘성대교를 차례로 지났다. 여전히 북한강은 내 오른 편을 지킨다. 강 건너로 ‘강촌유원지’가 보였다. 통기타 두들기며 목청 돋워 밤새 노래 부르던 대학 시절이 까마득한 옛날인데 언뜻 눈에 들어온 강촌 마을 모습에 수십 년간 머릿속에서 잠자던 애틋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추억이란 이리도 잊기 어려운 것일까.

드디어 춘천. 시내로 진입하지 않고 곧장 의암호로 향했다. 역시 호반도로(지방도 70호선)다. 의암호 수변 풍광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물 건너로 하얗게 스카이라인을 형성한 춘천시내 아파트 단지의 풍경이 이채롭다. 춘천은 언제 찾아도 고즈넉한 분위기다.

의암호 호반도로 끝에서 또 다른 호수를 만났다. 춘천호다. 춘천댐이 물을 막아 생긴 이 호수에도 가을 하늘은 담겨 있었다. 이날의 드라이브는 여기가 반환점이었다. 이번에는 물을 등지고 산으로 향했다. 춘천시내와 의암호가 조망되는 구봉산 전망대다. 이곳은 국도 46호선의 길가로 전망대라고는 해도 공터에 비치파라솔과 의자 몇 개, 편의점 한 곳, 카페 두 곳이 전부다.

더 올 뉴 볼보 C70

▽제원 △정원: 4인승 △길이: 482cm

△엔진: 직렬5기통 저압터보 △굴림 방식: 전륜구동

△배기량: 2521cc △최고출력: 220마력(5000rpm)

△최고속도: 시속 235km △가속 성능: 정지 상태에서 시속100km까지 8초.

△공인연료소비효율: 휘발유 1L당 9.7km △가격: 6850만 원(부가세 포함)

△문의: 1588-1777

춘천=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 맛집▼

소양댐 아랫마을에는 춘천닭갈비 식당이 여러 곳 있다. ▽통나무 닭갈비=서울의 닭갈비와 달리 떡과 고구마를 많이 넣어 양도 많은 편(사진). 1인분 8000원. 연중 무휴(오전 10시 30분∼오후 10시). 033-241-5999 www.chdakgalbi.com/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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