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 전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방문

  • 입력 2007년 10월 1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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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계열사 독자 방문 이례적… 최근 해외 행보도 늘어

디지털카메라 사업 삼성전자 이관 등 사업재편도 눈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전무가 최근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를 방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전자의 최고고객책임자(CCO)를 맡고 있는 이 전무가 현재 맡고 있는 업무와는 연관이 없는 조선소를 방문한 것은 이례적이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그의 이번 ‘거제행(行)’과 관련해 경영권 승계를 위한 활동 영역 확대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많다.

○ 이건희 회장 대신 거제조선소 방문

18일 재계에 따르면 이 전무는 5일 그룹 전략기획실의 전략 담당 전무급 임원 2명과 함께 거제조선소를 방문했다.

이 전무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거제조선소 곳곳을 둘러보며 삼성중공업 임직원들을 격려했으며, 특히 최근 우수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삼성중공업의 경영 현황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당초 이 회장이 조선소를 방문하기로 돼 있었으나 일정상의 문제로 장남인 이 전무가 대신 다녀갔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의 ‘오너 경영자’가 거제조선소를 방문한 것은 1990년대 초 이 회장의 방문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무의 이번 방문은 그가 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보폭을 점차 넓혀 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그는 올해 들어 매월 유럽, 동남아, 중국, 남미, 미국 시장을 방문하는 등 고객사를 만나며 해외 행보를 가속화해 왔다.

또 7월 과테말라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 활동 때도 부친인 이 회장과 함께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 가속도 붙은 그룹 경영권 승계

물론 이 회장의 연령 등을 감안하면 이 전무가 부친의 뒤를 이어 그룹 총수가 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분석이 많다.

다만 삼성그룹 내에서 이 전무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삼성전자는 최근 황창규 반도체 총괄 사장의 산하 사업부문장 겸직을 해제한 뒤 조수인 부사장을 후임 메모리사업부장으로 임명하고 김재욱 삼성전자 사장을 삼성SDI 사장으로 발령했다.

또 박종우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을 삼성테크윈 카메라사업본부장으로 겸직 발령 내면서 신(新)성장 사업으로 떠오른 디지털카메라 사업을 삼성전자에 사실상 이관하는 사업 재편을 단행했다.

이 때문에 그룹 내부에서는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사업구조 재편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인 윤종용 부회장의 뒤를 이어 앞으로 이 전무와 새롭게 호흡을 맞출 ‘포스트 윤’ 체제가 조금씩 구축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은 삼성그룹이 창립 70주년을 맞는 데다 삼성그룹 계열사가 강남 신사옥으로 옮겨 가는 등 상징적인 일이 산적해 있다”면서 “내년에 40세가 되는 이 전무의 경영권 승계 행보가 빨라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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