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3대 은행 금융위기 대비 1000억 달러 공동펀드 만든다

  • 입력 2007년 10월 1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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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JP모건-BOA “서브프라임 신용경색 차단”

세계 최대의 금융 그룹인 씨티그룹 등 미 월가(街)의 3대 대형 금융기관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후폭풍으로 인한 신용경색 차단을 위해 대규모 공동펀드를 설립기로 했다.

15일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씨티그룹과 JP모건,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는 모기지 관련 부실 증권을 사들이기 위해 최대 10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공동으로 조성키로 하고 운영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들 금융기관은 ‘SMLEC’라는 이름의 이 공동펀드를 조만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들은 3주 전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의 제안으로 만나 처음 공동펀드의 설립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재무부는 이들의 공동대응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3개 금융기관 외에 미국 내 다른 은행 및 HSBC 같은 유럽의 대형은행들도 펀드 운영에 동참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증폭됐던 글로벌 신용경색 위기는 지난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전격 인하하면서 진정된 상태. 하지만 금융전문가들은 지금도 불안한 미국 주택시장이 악화될 경우 더 큰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번에 조성되는 기금은 ‘구조화 투자회사(SIV·Structured Investment Vehicle)’를 구제하는 데 집중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SIV는 저금리 단기채권을 발행한 뒤 이를 통해 조성한 자금을 위험도가 큰 고수익 장기채권 등에 투자해 왔다. SIV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급속히 악화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외신들은 은행들의 공동대응이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당시에도 금융 당국의 주도로 대형 은행들이 기금을 조성해 지원에 나섰다.

알렉스 로에버 JP모건 애널리스트는 “금융당국이 시장에 남아 있는 불안감을 잠재우는 일에 대단히 신경을 쓰고 있다”며 “하지만 공동펀드 운영에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실제 운영 과정에 어려움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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