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에너지사업 전문가와 손잡다

  • 입력 2007년 7월 3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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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한국인으로는 최고위직에 오른 최치훈(50·사진) GE에너지 아시아태평양총괄 사장이 최근 삼성전자에 사장급으로 영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29일 “최 사장이 삼성전자 사장급 임원으로 영입돼 다음 달부터 출근할 예정”이라며 “최 사장은 일단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인 윤종용 부회장 보좌역으로 일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 사장의 영입은 에너지와 생명공학기술(BT)을 핵심 신수종(新樹種) 사업 중 하나로 키우려는 삼성의 미래 전략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그는 당분간 윤 부회장의 보좌역으로 일하며 삼성의 분위기를 익힌 뒤 그의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에너지 관련 분야를 책임지게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최 사장은 GE에서 ‘독보적인 한국인’으로 꼽힌다.

1988년 GE에 입사한 그는 2004년 직원 32만 명의 GE그룹을 이끄는 170여 명의 ‘GE 경영자(GE Corporate Officer·일종의 등기이사)’ 중 한 명으로 선임됐다.

최 사장의 이번 전직(轉職)에는 ‘삼성가(家)’와의 오랜 인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참모총장과 교통부 장관을 지낸 그의 부친 고(故) 최경록 씨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절친한 사이였다. 그 때문에 최 사장은 공군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직후인 1985년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3개월가량 이 창업주를 모시고 일한 경험도 있다.

최 사장은 또 2002년 방한한 GE의 CEO인 제프리 이멜트 회장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오찬 자리에 배석하기도 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최 사장의 영입에는 이 회장의 의지가 직접 반영된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최 사장은 GE에서 석탄의 유해물질을 줄여 비싼 석유를 대체하는 사업 같은 친환경적 에너지 사업을 담당해 왔다.

삼성그룹은 최근 삼성종합기술원에 ‘에너지사업연구소’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태양광 에너지 사업 진출도 검토하는 등 에너지와 BT 사업에 대한 준비를 착실히 해 왔다.

이 과정에서 “환경 및 에너지 산업을 새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 온 GE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그룹 일각에서는 “최 사장의 영입은 단순히 ‘에너지 사업 진출 본격화’라는 의미를 넘어 인수합병(M&A)에 강한 GE의 경험과 전략까지 참고하겠다는 뜻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증권가 등에서는 삼성그룹이 다른 국내외 기업에 대한 M&A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나돈 바 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최치훈 삼성전자 CEO 보좌역(사장급)은▼

―50세(최경록 전 육군참모총장·교통부 장관의 아들)

―미국 터프츠대 경영학 학사,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 석사(MBA)

―1988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입사

―1998년 GE에너지 서비스 부문 아시아담당 사장

―2001년 GE에너지 서비스 부문 세계영업총괄 사장 겸 GE그룹 부사장

―2004년 한국인 최초로 ‘GE 경영자(GE Corporate Officer·일종의 등기이사)’로 승진

―2006년 GE에너지 아시아태평양총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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