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위기론' 차단작업 나섰다

  • 입력 2007년 7월 26일 15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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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번지고 있는 '삼성 위기론' 차단과 함께 잠복돼있는 '낙관론' 전파를 위한 긴급 처방에 나섰다.

삼성 윤순봉 홍보팀장(부사장)은 26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 자체 집계한 상반기 그룹 매출과 세전이익을 이례적으로 공개하고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놓으면서 하반기에도 반도체 경기 회복에 힘입어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그룹 중추인 삼성전자가 D램값 하락의 직격탄을 맞아 2001년 4분기 이래 최악의 실적을 낸 데다 전자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명예퇴직과 조직재편 이슈가 부각되면서 '삼성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는 데 따른 처방전 성격이 짙다.

실제로 윤 팀장은 이날 "(언론보도가) 소설이 많고 추측이 많아서 바로 잡으려 왔다"고 강조하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과 SDI만 빼고는 각 계열사가 '순항'중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각 사업분야 매출과 세전이익은 물론 심지어 일부 영업이익률까지 세부 수치를 제시하는 '친절함'을 보였다.

그는 특히 '뉴스메이커' 삼성전자 전체로 볼 때 D램값 회복 등 반도체 경기 활성화에 따라 결국 연간 기준으로는 작년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실적을 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하면서 그룹 전체 연간 투자 규모도 작년의 13조5000억 원에 비해 5000억 원 이상 늘어난 14조~15조 원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전자 계열사들의 이익이 그룹 전체 이익 창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진 것을 두고 전자 계열사 의존도가 줄어든 것인 만큼 "오히려 수익구조가 굉장히 탄탄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위기가 아니라는 반론에서 나아가, 더 나은 구조로 '흔들림없이' 가면서 이익도 많이 낼 것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시장에 보낸 셈이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날 이상완 LCD총괄 사장 상가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이 위기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언제 위기가 아닌 때가 있었냐"고 가볍게 받으며 '기업이 태생적으로 갖는 상시 위기론'을 은연중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마디로 "삼성이 위기는 무슨 위기냐"는 반응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도 여기에 "반도체 사업과 SDI, 석유화학 등 일부만 빼고는 모두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고, 반도체 쪽도 따지고 보면 마이크론 등 유수의 기업들이 적자를 낸 것과 달리 흑자를 낸 것을 보면 나쁜 게 아니다"며 거들었다.

최도석 삼성전자 경영지원총괄 사장이 "바닥을 쳤고 이제 다 좋아진다"고 말한 것이 삼성이 하고 싶은 말을 응축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윤순봉 팀장은 그런 맥락에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구조조정과 명예퇴직, 일부 삼성전자 고위직 인사 이슈 등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특히 "2000년 이후 고도성장을 했고, 이제는 다질 때다. 에너지를 축적하고 또 나아가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사업간 재편, 불요불급한 비용 축소, 인력 재배치는 업적과 상관없이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별도로 하는 것"이라며 '상시 구조조정론'을 내세웠다.

그러나 문제는 단기적으로 보면 삼성 내에서 '희망퇴직'으로 불리는 명예퇴직이 최근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은 삼성측도 인정하고 있고 중장기적으로 볼 때 반도체, LCD, 휴대전화 등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새로운 미래 먹거리' 개척이 내내 고민거리라는 데 있다.

삼성은 특히 신수종 개발과 사업구조 재편에 따른 인력 재배치, 그리고 일부 채용규모 축소 가능성을 열어둬 "삼성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는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는데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이건희 회장이 앞서가는 일본의 압박과 쫓아오는 중국의 추격에 낀 '샌드위치'론을 꺼내들어 위기감을 불어넣으면서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채근하고 있으나 핵심 경영층이 만족할 만한 응답 카드를 내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삼성으로서는 답답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삼성이 앞으로 윤순봉 팀장 말대로 작금의 변화 진통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경쟁력을 강화하고 당장 3분기 이후 뚜렷하게 개선된 실적 결과와 새 성장동력 발굴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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