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뇌 업그레이드해 드립니다”…머리 쓰는 ‘두뇌산업’

  • 입력 2007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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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뉴로피드백(Neuro Feedback) 클리닉.

한 어린이가 뇌파 측정 헤드셋을 끼고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다. 화면에는 과녁을 향해 화살을 쏘는 사람이 있다. 어린이가 정신을 집중하면 명중률이 높아지는 프로그램이다.

뉴로피드백은 집중력이나 정신적 안정과 관련된 특정 뇌파를 인위적으로 생성하도록 뇌를 반복 훈련하는 요법이다. 2000년 국내에 소개돼 정신과 병원 등에서 주로 사용됐으나 최근에는 학습효과 증진을 원하는 학생들이 찾으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두뇌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두뇌 트레이닝’ 기법이 인기를 얻고 있다. 신체를 단련하듯 뇌를 단련하면 뇌도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학술적으로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지만 관련 두뇌산업은 급성장하는 추세를 보인다.

뉴로피드백 장비를 수입해 유통하는 메디칼스펙트럼과 대덕연구단지 뇌파측정기 제조업체 락싸는 올해 장비 판매액이 전년 대비 3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할 정도다.

○ “퍼즐-계산 문제로 두뇌운동 활성화”

일본 닌텐도가 올해 2월 한국 시장에 내놓은 ‘DS라이트 매일매일 두뇌 트레이닝’ 게임은 5월 말까지 4개월간 10만 장이 판매됐다. “당신의 뇌는 몇 살입니까?”라는 문구를 내세운 이 게임은 퍼즐과 계산 문제를 풀도록 해 두뇌운동을 활성화한다는 게 닌텐도의 주장이다. 일본에선 ‘닌텐도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국내 게임업체들도 두뇌개발 게임을 내놓았다. 올해 초 게임빌은 ‘눌러라! 좌뇌천재’란 게임을, 컴투스는 ‘영어 뇌 습격’이란 게임을 내놓았다. 둘 다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이는 게임이라는 게 해당 업체의 주장이다.

교육업체도 가세했다. 시냅시스는 ‘마인드맵(Mind-Maps)’ 기법을 가르치는 교육 프랜차이즈 학원사업을 하고 있다. 마인드맵은 읽고 쓰고 생각하고 기억하는 모든 과정을 머릿속에 지도 그리듯 정리하는 것. 이 회사의 한명원 소장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마치고 지난해 ‘아인즈스쿨’ 사업을 시작했다”며 “현재 전국에서 27개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어 교재를 만드는 템포스는 2004년 7월 ‘속청영어’를 내놓았다. 음성을 2∼4배속으로 듣다 보면 대뇌 언어처리영역의 신경세포 간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서 집중력과 기억력이 향상된다는 것. 이 회사 관계자는 “세트당 29만7000원인 교재가 최근 들어 하루 30권 이상 팔린다”고 말했다.

○ 일부 검증되지 않은 제품 과신은 금물

두뇌 트레이닝 기법의 효과에 대해선 논란도 많다. 학술적으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데다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수영 한국과학기술원(KAIST) 뇌과학연구센터장은 “뇌 관련 기술을 이용한 제품 중 실제 학습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가 학문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플라세보 효과’(가짜 약을 진짜 약으로 믿고 먹을 경우 약효를 얻는 것)의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심리학과 김성일 교수는 “검증되지 않은 제품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건 오히려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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