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은 중고차-1억 이상 스포츠카 등 보험사들 ‘집단 따돌림’

  • 입력 2007년 6월 2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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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식 현대자동차 쏘나타2를 몰고 있는 자영업자 김모(44) 씨는 최근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려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와 자기신체손해담보(자손)를 포함한 자동차 종합보험을 들기 위해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 5곳에 문의했지만 모두 거절당한 것이다.》

‘10년 이상 된 중고차는 수지가 맞지 않아 받아 주기 힘들다’는 게 보험사 측의 인수 거절 이유였다.

손보사들이 최근 보험계약 기준을 강화하면서 10년 이상 된 중고차, 보상비가 높은 고가(高價) 수입차 등의 보험 가입을 제한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 중고차, 고가 수입차 보험 안 받아

본보가 입수한 국내 한 대형 손보사의 ‘자동차 보험 인수지침’에 따르면 회사 측이 보험설계사들에게 손해율이 높은 일부 차종에 대해 보험 가입을 받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인수지침에 따르면 △10년 이상 된 중고차 △5년 이상 된 수입차 △국산 스포츠카 등에 대해 자차 보험계약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제한이라고 표현돼 있지만 사실상 받지 말라는 지침이다.

또 △포르셰 등 수입 스포츠카나 2억 원 이상 고가 차량 △경찰 차량 △영업용 및 건설 기계 등에 대해서는 종합보험 자체를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아우디코리아가 이달 초 선보인 뉴아우디TT의 경우 등록된 14대 모두가 자차 보험을 들지 못했다.

지난해까지는 일부 손보사들이 1억 원 미만 스포츠카에 한해 선별적으로 보험을 받아 줬지만 올해는 모든 스포츠카를 받지 않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부 우량 고객의 경우 위험 물건에 대해 자체 심의를 거쳐 계약을 맺기도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인수지침이 강화돼 최근에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면서 “이는 다른 손보사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 “보험료 꼬박꼬박 낸 무사고 운전자 피해”

이처럼 손보사들이 일부 자동차보험에 대해 보험 인수를 꺼리는 이유는 이들 차량이 거둔 보험료보다 나가는 보상비가 더 많아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손보사들의 누적적자가 2조 원을 넘어서는 등 영업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손해 보는 자동차에 대한 인수 거절 방침이 더욱 강해졌다.

손보사들은 이런 ‘위험물건’을 공동물건 형태로 제한적으로 받아 주기는 한다.

공동물건이란 보험사 10곳이 보험료를 나눠 갖는 대신 보상도 함께 해 주는 제도로 보험료가 15% 할증된다. 하지만 일부 보험사들은 공동물건조차도 자차나 자손 보험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대표는 “현재 10년 이상 된 중고차는 전체 차량 중 28%에 이르지만 이들 중 40%는 종합보험 서비스를 못 받고 있다”며 “보험료 꼬박꼬박 잘 내며 차를 오래 탄 무사고 운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정태윤 보험개발원 상품팀장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손해율이 높아 보험계약을 거부당한 차를 정부가 특정 보험사에 강제 배정하되 보험료를 두 배 이상 올려 받도록 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와 보험사들도 위험 물건에 대한 인수 기준을 공동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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