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기자의 자동차이야기]지식넓혀준 PC통신 동호회들

  • 입력 2007년 6월 2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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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동호회가 뭐하는 데야?”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자동차 동호회는 사실상 없었습니다. 1989년 자동차 등록대수는 250만 대로 지금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했죠.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연령층도 경제력이 있는 40대 이상이 대부분이어서 젊은 열정이 필요한 동호회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20, 30대는 극히 적었습니다.

그러나 자동차 보급이 젊은 층으로 확산되고 PC통신까지 확대되면서 자동차 동호회가 하나 둘 생겨났습니다. 하이텔 자동차 게시판에서 활동하던 카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1991년 4월 ‘달구지’라는 동호회가 공식적으로 탄생한 것이죠.

기자도 1993년 이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자동차에 대한 견문을 넓히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생에서부터 택시 운전사, 공무원, 의사, 교직원, 정비사 등 회원들의 직업은 다양했지만 모이기만 하면 격의 없이 자동차를 주제로 밤새워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열정은 뜨거웠습니다.

이후 천리안 ‘차사랑’, 유니텔의 ‘유니카’ 등이 차례로 생겨났죠. 이런 자동차 동호회는 차종이나 브랜드를 망라한 종합적 성격이었는데, 자동차 보급률이 높아지고 차종도 다양해지면서 동호회의 무게 중심이 점차 모델별 동호회로 옮겨 갔습니다. 스쿠프 동호회, 쏘나타 동호회(SOC), 티뷰론 동호회(TOG) 등이 초기의 대표적인 모델별 동호회입니다. 모델별 동호회는 같은 차종을 중심으로 모였기 때문에 결속력은 강했지만 다른 차종으로 바꾸게 되면 자연히 관심이 멀어져 동호회를 떠나는 단점도 있었습니다.

지역별로 부산의 ‘부갈’, 인천 ‘미추홀’, 대구 ‘달구벌’ 등의 소모임이 생겨났고 관심사에 따라 ‘AV 동호회’ ‘하이파이 동호회’ ‘튜닝 동호회’도 만들어졌습니다.

동호회에서 신종 용어도 많이 생산했는데 ‘야탈=야간 탈출’, ‘떼빙=그룹 드라이빙’, ‘칼질=차들 사이를 빠르게 운전하는 행위’ 등이 대표적입니다.

추억의 PC통신 자동차 동호회들은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의 보급으로 급속히 쇠락하고 말았습니다. 누구나 쉽게 모임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지금은 취미와 차종, 브랜드에 따라 수천 개의 인터넷 자동차 동호회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달구지 3대 회장인 나윤석(40·폴크스바겐코리아 부장) 씨는 “티코에서부터 그랜저까지 거리낌 없이 함께 모일 수 있었던 그때가 그립다”고 당시를 회고했습니다. mobidic@donga.com

※카라이프와 자동차이야기는 격주로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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