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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6월 5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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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가 주어진 건 2일 오후 3시 55분, 제한시간은 35분이었다. 학생들은 머리를 싸맸다. 5분 뒤 “신문지를 둘둘 말아 골재처럼 사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글씨를 잘 쓰는 여학생 두 명은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일부는 다리에 쓰일 ‘신문지 골재’를 만들었고, 일부는 골재를 이용해 다리를 조립했다. 시계를 풀어 놓고 제한시간을 체크하는 학생도 나타났다. 자연스러운 분업이었다.
GE와 맥킨지가 1일과 2일 이틀에 걸쳐 이화여대 포스코관에서 대학생 80명을 상대로 진행한 ‘제5회 GE-맥킨지 리더십 워크숍’의 모습이다.
○ 주위 사람을 변화시키는 리더십
GE와 맥킨지는 매년 한 차례 대학생을 대상으로 무료 리더십 교육을 진행한다.
‘신문지 다리 만들기’는 겉보기엔 놀이 같지만 치밀하게 계산된 과제다. GE와 맥킨지 직원들도 사내 교육에서 같은 과제를 수행한다. 이 과제의 목표는 제한된 시간, 한정된 자원이란 조건 아래에서 조직원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성과를 내는 것. 기업이 일상적으로 부닥치는 상황이다.
해마다 주제가 달라지는 이 워크숍의 올해 주제는 ‘도미노 리더십: 나를 넘어서’.
블록 한 개가 넘어지면서 주위 블록을 차례로 넘어뜨리는 도미노처럼 나의 변화를 옆 사람의 변화, 조직의 변화로 이끄는 리더십이 주제다.
누구도 일방적인 지시를 하지 않고 서로를 분업으로 이끌었던 이 학생들의 모습은 도미노 리더십의 훌륭한 사례였다. 이들의 ‘신문지 다리’는 제한시간을 5분이나 앞둔 채 완성됐다.
이 밖에 갈등 조정과 협상의 기술을 익히는 ‘교환학생 선발하기’ 등의 역할극, GE와 맥킨지 임원들이 패널로 참여하는 패널 토론 등도 이 행사의 주요 프로그램이었다.
○ 미래 기업의 리더를 꿈꾼다
GE와 맥킨지 출신은 세계 각국의 기업에서 최고경영자(CEO) 영입 1순위로 꼽힌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이 두 회사를 ‘리더십 제조공장(leadership factory)’이라고 부를 정도다. 그래서 두 회사의 인재 교육을 체험할 수 있는 이 워크숍은 경쟁률이 높다. 올해는 80명 선발에 1000명 이상이 지원했다.
하지만 이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의 꿈은 더 먼 곳을 향해 있었다.
김종웅(서강대 3년) 씨는 “‘500-500 CEO’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언젠가 직원이 500명을 넘고 연매출이 500억 원을 넘는 기업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김 씨는 ‘렌즈’라는 서강대 경영학 동아리의 회장이다. 최근에는 와인 판매 업체의 시장조사 프로젝트를 동아리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는 이미 작은 기업의 리더다.
신진철(인하대 4년) 씨는 ‘글로벌 영업맨’이 되고 싶다고 했다. 전 세계를 돌면서 한국 제품을 판매하는 게 목표다. 다음 학기부터는 입사원서를 내야 하는데 해외영업에 지원할 계획이다. 신 씨에게 한국은 이미 좁았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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