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美의원 설문]“자동차-농업 시장접근 보장돼야 비준 찬성할 것”

  • 입력 2007년 5월 2일 03시 01분


본보 설문조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의원들의 어조는 매우 강경했다. 예상대로 쇠고기 쌀 자동차 산업과 직접 연결된 의원들이 반대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쇠고기 없이 FTA 없다’=켄트 콘래드(민주) 상원의원은 보좌관을 통해 “한미 FTA 협상 결과는 형편없는(lousy) 내용”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쇠고기 시장의 전면개방이 늦어지는 게 이유였다. 목축업 지역인 노스다코타 주 출신인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호주 FTA, 중미 FTA, 오만 FTA에 줄줄이 반대해 왔다.

찰스 그래슬리(공화) 의원은 “쇠고기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한미 FTA의 이득이 아무리 커도 FTA 이행 법안은 의회에 도착하는 순간 ‘죽은 문건’”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주말마다 콩 옥수수를 재배하는 가족농장으로 돌아가는 ‘현역 농민’이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에게 쇠고기 시장개방 촉구 서한을 보낸 맥스 보커스(몬태나 주) 상원 재무위원장과 크레이그 토머스(와이오밍 주) 상원의원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캘리포니아와 함께 대한국 쌀 수출지역인 아칸소 주 출신의 블랜치 링컨 상원의원은 “쌀이 포함 안 돼 실망스럽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원 무역소위 위원장인 샌더 레빈 의원은 “앞으로 90일간 자동차와 농업에 대한 실질적인 시장 접근이 보장되는 쪽으로 내용이 수정되지 않으면 반대”라고 말했다. 자동차 본거지인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가 그의 지역구다.

유일하게 찬성을 표명한 일리노이 주 출신의 제리 웰러(공화) 의원은 시카고 남부지역 옥수수 농가의 관세 부담이 5년 뒤 사라진다는 점에서 한국 수출 확대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자유무역을 지지하며 한미 FTA가 선거구민의 이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산고(産苦) 끝에 통과 가능성 높아=이들은 FTA 법안을 먼저 심의할 상임위의 핵심 의원들이다. 하원의 경우 법안은 무역소위를 거쳐 세입위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세입위 41명 가운데 민주당이 24명. 부결되더라도 본회의에 상정은 된다. 그러나 상임위 부결은 사실상 ‘NO’ 신호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의회 전체의 투표성향은 뚜껑을 열면 다를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자유무역 확대를 주창해 온 공화당에선 하원의원들은 의석이 220∼232석을 유지하던 2002∼2006년 5차례 표결에서 197∼212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반대는 13∼28명에 그쳤다.

그러나 2003년 이후의 표결은 톰 들레이 하원 원내대표처럼 정치자금 주선 및 다른 입법 지원이란 당근책을 통해 철통같은 ‘표 단속’에 능했던 지도부가 있었던 때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리더십을 잃어 가는 국면에서 이탈 표 확산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민주당은 3 대 1의 비율로 찬성이 많았던 호주(2003년) 및 바레인(2005년)과의 FTA를 제외하면 127∼187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워싱턴의 통상 소식통은 “이번 의회는 민주당의 압승으로 의석수가 늘어난 만큼 고정 반대표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자동차 수출 문제가 의외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 FTA의 대상국은 자동차 수출국이 아니었다”며 “막강한 전미 자동차노조(UAW)가 본격 반대에 나선다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의회가 산고 끝에 한미 FTA의 손을 들어 줄 것”이란 기대가 많았다. 한국의 경제시스템이 민주당이 관심을 갖는 노동·환경 문제가 없는 데다, 먼 거리 및 고임금 구조 때문에 제조업체의 한국 이전을 쉽게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1948년 국제무역기구(ITO) 설립 비준동의안을 제외하면 한 차례도 FTA가 부결된 적이 없다는 점도 통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이유였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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