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역에 주식 광풍이 불고 있다

  • 입력 2007년 4월 30일 18시 34분


지난달 27일 오후 2시 중국 하이퉁(海通) 증권사의 상하이(上海) 쓰촨난루(四川南路) 영업점. 객장은 주식투자에 나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다. 객장은 주식정보를 교환하는 사람과 사고파는 사람, 시황을 보는 사람들로 마치 도떼기시장 같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주식시황판 옆 컴퓨터 단말기 앞에도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주식을 사고팔기 위해서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큰일이라도 난다는 듯 매수할 주식을 고르고 카드를 긋고 비밀번호를 누르는 손놀림이 비호처럼 빠르다.

●중국, 전역이 주식 광풍(狂風)

중국 전역에 주식 광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중국 주가가 2배 이상 이상 오르면서 올해엔 코흘리개 어린이부터 할아버지까지 주식투자 대열에 가담하고 있다.

증권사 객장엔 70대 노인부터 50대 아주머니, 30대 회사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겉모습이 꾀죄죄한 막일꾼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당초 만16세 미만은 주식투자가 불가능하지만 요즘은 초등학생조차 부모 이름을 빌려 주식투자에 나서고 있다.

요즘 중국인의 인사는 '니 하오(¤好·안녕하세요)?'가 아니다. 사람들은 대신 '오늘 돈 좀 벌었어?'라고 묻는다. '지징(鷄精·계정)'은 원래 일종의 조미료지만 요즘 중국인들은 '지징'하면 곧바로 발음이 비슷한 '지진(基金)'을 떠올린다. '지진'은 주식형 펀드를 일컫는 말로 요즘 이를 모르는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

●너도나도 '묻지 마' 투자

증권사 객장에서 만난 회사원 예쑹(葉松) 씨. 그는 지난해 말 상하이(上海)자동차의 주식을 시험 삼아 약간 샀다. 주식은 얼마 지나지 않아 뜻밖에 50%가 뛰었다. 예쑹은 이제 월급만 타면 곧바로 몽땅 주식을 산다고 한다. 그의 얘기를 들은 친구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증권사 객장엔 '주식시장은 위험이 따릅니다. 투자에 반드시 신중합시다'이라는 말이 큼지막하게 나붙어있지만 이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퇴직한 지 10년 넘은 쑹웨이민(宋爲民·70) 씨는 요즘 주식시장에서 아예 산다. 아침에 증권사 객장에 '출근'해 오후 3시 주식시장이 문을 닫은 뒤 집으로 돌아간다. 올해 1월 30일 그가 산 화둥(華東)의약 주식은 3개월 만에 주당 6.28위안(약 756원)에서 12.9위안으로 뛰었다. 투자원금 10만 위안은 20만 위안으로 불었다. 그에게 위험 분산을 위한 포트폴리오 얘기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상하이 종합주가 1년 4개월 새 3.3배로

지난해 초 1,163.88로 시작한 상하이 종합주가 지수는 올해 4월 30일 현재 3,841.27까지 올랐다. 1년 4개월 사이에 무려 3.3배로 올랐다.

주가는 앞으로도 상승추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국 경제가 올해도 11%에 가까운 고속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주식투자자가 매일 10~20만 명씩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말 7336만700명이었던 주식투자자는 지난 한 해 동안 517만9400명 늘어난 데 반해 올해는 4개월 만에 지난 한해 늘어난 숫자의 3배인 1432만1800명이 늘어 9286만1900명을 기록했다. 올해 내로 1억 명을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중국 경제전문 인터넷사이트인 차이징신시왕(財經信息網)이 최근 주식투자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56%는 여전히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고 있었다. 내릴 가능성이 많다는 의견은 34%에 불과했다.

상하이=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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