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제발 돈좀 빌려가세요"

  • 입력 2007년 4월 24일 16시 29분


코멘트
"제발 돈 좀 빌려가세요"

시중은행의 개인 대출 담당 부서는 온통 '비상' 이다.

주택담보대출은 4개월 연속 잔액이 감소하면서 사실상 휴업 상태고 신용대출도 영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한 은행의 개인금융 담당 부행장은 "새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신용대출 확대에 안간 힘을 쓰고 있지만 가계대출 대비 신용대출 비중이 작아 고민이다"라고 털어놨다.

은행들은 기존 신용대출 상품을 고객층에 따라 세분화하고 우수기업체를 선별해 집단 대출을 하는 등 대출을 늘리기 위해 피말리는 경쟁을 하고 있다.

●'돈 빌려주면서 주거래고객으로 묶어라'

국민은행 관계자는 "올 들어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이 큰 폭으로 감소한데 이어 신용대출 잔액 역시 지난해말 대비 1000억 원 가까이 줄었다"고 말했다.

다급해진 은행들은 기존 직장인 신용대출을 고객층에 따라 세분화하면서 리스크관리를 강화한 대출상품을 만드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또 급여통장 등을 통해 주거래 고객으로 묶으면서 대출로 연계하는 '2중 전략'도 큰 흐름이다.

우리은행이 3월 중순 내놓은 '로얄클럽신용대출'은 주거래은행 고객을 대상으로 한도를 늘리고 대출 금리도 우대해주는 상품.

급여이체, 관리비 자동이체, 신용카드 개설 등의 조건을 만족하면 최저 연 6.74%까지 금리를 깎아준다. 또 대출을 잘해주지 않던 주부에게도 관리비 이체 조건만 충족되면 적극적으로 대출해주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이 상품이 하루 평균 44억 원, 한 달만에 약 1200억 원 대출실적을 올렸다"며 "기존 신용대출이 하루 평균 10억 원대에 그친 것에 비하면 실적이 매우 좋은 것"이라고 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영업도 늘고 있다.

신한은행의 '엘리트 론'은 은행과 거래하는 기업체 중 안정적인 회사 임직원을 상대로 본부 승인을 거쳐 최고 5000만 원까지 우대 금리로 대출해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급여이체를 하는 고객들의 연체율은 0.1% 미만으로 가계대출 전체 평균 연체율 0.62%의 6분의 1 수준밖에 안된다"고 했다.

국민은행 측도 "현재 안정적인 직업군을 세밀하게 구분하는 상품을 개발 중"이라며 "조만간 새 신용대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집단대출 상품경쟁도 갈수록 치열

올 들어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면서 주택담보대출 물량이 줄고 있지만, 신도시 입주 및 재개발·재건축 단지 중심의 '집단대출 시장'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6500여 가구의 1단계 입주를 마친 경기 화성시 동탄 신도시는 '단체 대출'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동탄신도시 입주인 동호회는 대출이자를 낮추기 위해 각 은행과 농협 담당자를 불러 '시범단지 대출 공청회'를 열었다.

한 은행 임원은 "단체대출의 경우 CD금리(23일 현재 4.97%)+0.3%포인트 정도 선에서 결정된다"며 "팔수록 손해가 나는 역마진 금리이지만 대규모 입주민들을 주거래고객으로 잡기 위해서는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동탄 및 용인 신도시 입주 아파트를 비롯 길음, 미아, 은평, 불광 등 서울 강북의 뉴타운 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은행의 '집단대출' 경쟁이 불붙고 있다.

장원재기자 peacechao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