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발표 분당급 신도시 후보지 위장전입 경계령

“신도시로 지정되지 않으면 돈이 묶인다고 하는데도 ‘확신’이 있는 것처럼 달려들어요. 전입신고만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손님이 많습니다.”(경기 광주시 오포읍 A부동산 중개업소)

“요즘은 ‘선수’뿐 아니라 동네 아줌마도 몰려와 ‘어떻게 하면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묻는 통에 정신이 없습니다.”(경기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B중개업소)

올해 6월경으로 예정된 ‘분당급 신도시’ 발표를 앞두고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에서 위장전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중심으로 “신도시로 사실상 확정됐다”는 뜬소문까지 나돌고 있어 정부도 단속에 나섰다.

○ 택지-교통여건 좋아 투기 세력 몰려

본보가 23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확인한 결과 올해 1월 광주시 오포읍의 전입 건수는 596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349건)보다 70% 늘었다.

오포읍과 가까운 용인시 모현면에 접수된 전입 건수도 405건으로 작년 1월(197건)의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경기 하남시와 과천시 갈현동 역시 같은 기간 전입이 각각 34%, 17%가량 늘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들 지역은 모두 신도시 후보지로 유력하다는 풍문이 떠도는 곳으로 아파트 분양권을 우선 배정받기 위한 위장전입이 극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포읍과 모현면은 분당급 신도시에 걸맞은 600만 평 이상의 택지를 확보할 수 있는 데다 경기도가 추진 중인 ‘제2경부고속도로’가 통과할 예정이어서 투기세력의 타깃이 되고 있다.

가격도 많이 뛰었다. 오포읍의 대지 10평(건평 25평)짜리 빌라는 지난해 10월 5000만 원에서 지금은 1억3000만 원은 줘야 한다.

현행 토지보상법에 따르면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한다는 공람을 공고한 날 이전에 해당 지역에 살고 있는 집주인들은 30평형 아파트를 우선 분양받을 수 있다.

오포읍 양벌리 T중개업소 관계자는 “오포에 집을 사 놓은 뒤 전세를 주고 다른 데서 살던 사람들이 ‘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와 살고 있다”고 말했다. 위장전입이 아닌 합법적인 주민등록 이전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인근 A중개업소 측은 “외지에 살던 집주인들이 갑자기 들어와 살 수 있겠나. 전입자들은 대부분 신도시 추진 발표가 있던 작년 말에 다세대주택을 사 놓은 뒤 주민등록만 옮겨 놓은 사람들”이라고 귀띔했다.

모현면 천하공인 김학민 사장은 “면사무소 직원들이 전입신고 처리를 하느라 점심도 못 먹고 일할 정도였다”라며 “투기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 국세청 “거래내용 분석-투기정보 수집 중”

정부도 뒤늦게 ‘불끄기’에 나섰다. 지난달 말부터 건설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 국세청이 합동단속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을 걸어 잠근 채 휴대전화로 상담을 하는 중개업소도 상당수에 이른다.

국세청 당국자는 “주택 거래는 물론 주민등록 이전 건수까지 모두 파악하고 있다”며 “거래 내용을 분석해 투기 관련 정보를 수집 중”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특히 마을 면장이나 이장까지 만나 전입 신고자들이 실제 거주하고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당국자는 “위장전입으로 밝혀지면 나중에 분양권을 받아도 무효 처리된다”며 “투기 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 등 구체적인 대책이 곧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세청은 지난해에도 판교신도시와 인천 검단신도시 부동산 거래자에 대한 대규모 세무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분당급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의 주민등록 전입 추이 (단위: 건)
지역	2006년 1월	2007년 1월	증가율
경기 광주시 오포읍	349	596	70.8%
경기 용인시 모현면	197	405	105.6%
경기 하남시	986	1319	33.8%
경기 과천시 갈현동	75	88	17.3%
자료: 각 지방자치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