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유영]‘한미FTA’ 똘똘 뭉친 미국…네탓 공방 한국

  • 입력 2007년 1월 2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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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협상도 버거운 상황인데 ‘대내 협상’에 힘을 허비하고 있으니….”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단 실무자는 자조 섞인 목소리로 하소연했다. 협상이 막바지에 치닫고 있는데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져 도무지 힘이 안 난다는 얘기였다.

외교통상부가 13일 국회 FTA 특별위원회에 보고한 비공개 협상전략 문서 유출 사건이 ‘직격탄’이 됐다.

이 문건이 유출돼 고위급의 협상전략이 고스란히 노출된 것은 물론 외교부는 7차 협상이 코앞에 닥친 시점에 국가정보원 등의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문서 유출의 책임을 놓고 국회와도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공개회의에 대외비(對外秘) 문서를 내놓고 국회에 덤터기를 씌우고 있다”는 국회에 맞서 “공개회의인데도 국회에서 먼저 문서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고 외교부는 주장하고 있다.

물론 문서 관리에 허술했던 외교부에 1차적인 책임이 있겠지만 이런 식의 혼란은 국내 협상단의 전력만 약화시킨다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7차 협상을 앞두고 핵심 쟁점인 섬유 등에 대해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 정부 부처 간 의견 조율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는 자국(自國)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와 의회, 업계 등이 얄미울 정도로 똘똘 뭉치는 미국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서울에서의 6차 협상 첫날인 15일 웬디 커틀러 미국 협상단 대표는 “수입이 중단된 미국산 쇠고기 시장을 완전히 재개방하지 않으면 FTA를 맺기 힘들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맥스 보커스 재정위원장 등 미국 상원의원 11명은 이태식 주미대사를 만나 한국을 압박했다. 업계 이익단체인 미국 육류수출협회도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광고를 국내 일간지에 내보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6차 협상 기간에 작심한 듯 ‘쓴소리’를 했다.

“미국은 민관이 하나가 돼 협상을 조리 있게 이끌고 있지만 한국은 정부는 정부대로, 재계는 재계대로 따로 노는 형국입니다.”

물론 이번 문건 유출사건에 대한 책임은 엄중히 물어야 한다. 하지만 ‘네 탓 공방’에 빠져 ‘대외 협상’을 소홀히 해 국익을 저버리는 우(愚)를 범해선 안 된다.

김유영 경제부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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